심쿵!
캐릭터를 정하고 나서, 본격적인 스케치작업을 시작했다. 첫 번째 컷은 밥이가 강아지나라에서 친구들과 피크닉을 하고 있는 장면이었는데, 작가님이 이전에 그렸던 비슷한 느낌의 이미지가 있어서 위 래퍼런스 사진을 참고용으로 보내드렸다. 내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구현한때 참고자료인 레퍼런스 이미지를 찾아서 소통하는 것은 역시나 큰 도움이 된다.
작가님은 역시나 내 생각보다 더 높은 퀄리티의 그림을 보내주셨다. 강아지 나라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세계인데, 뒷 배경에 강아지 집 디테일이나 동물친구의 디테일을 보며 '역시 우리 밥이는 잘 지내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두 번째 컷은 밥이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며 '잠깐만!'이라고 외치는 모습이다. 참고용 이미지로는 아래 김밥이 사진들을 보내드렸다.
세 번째 컷은 김밥이가 강아지나라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이다.
네 번째 컷은 밥이와 보냈던 시간 중에 가장 평화롭고 강렬한 순간을 담아보고자 했다. 꿈속에서 밥이를 다시 만나는 모습인데, 예산관계상 한 컷으로 표현을 해야 했기 때문에 어떤 순간을 담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참 좋았다. 사실 밥이와 보낸 순간순간이 다 좋았지만, 푸른 들판을 달리면서 나를 따라오는 몸짓, 눈빛은 잊을 수가 없다. 예산이 충분해서 이 이야기를 조금 더 길게 할 수 있다면 꿈속에서 밥이를 만나는 모습을 조금 더 길게 나타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김밥이를 꿈 속에서 만나면 더 좋을 것 같고, 혹시라도 이 애니메이션을 보게 될 사람들 중 반려견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다면 그 행복의 순간은 공통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다 다른 이름이고, 강아지의 모습도 다 다르겠지만, 반려견과 사랑을 느끼는 순간의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까.
마지막 컷은 현실로 돌아와 내 방 침대에서 일어나는 나의 모습이다. 창밖에는 밥이가 웃고 있는.
밥이는 지금 물리적으로는 세상에 없지만 마음속의 공간에 늘 함께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나를 무척이나 예뻐해 주셨던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느꼈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리적인 존재는 사라졌지만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서 함께하는 느낌. 어떤 때는 살아있는 사람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경우도 많다. 이게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우리가 살다 보면 특별한 이유도 없지만 어쩌다 보니 사이가 멀어져서, 다시 연락하기도 애매한 인연들이 있다. 여기서 시간이 더 지나면 그 사람의 이름조차 기억이 안나는 경우도 많다. 어떤 사람은 이름은 알지만 평소에 아예 생각이 안나는 사람들도 많고. 그런 인연들에 비하면 특정한 존재들은 그 물리적인 존재가 죽음으로 인해 사라졌는데도, 내 마음속에서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느낌을 받는다. 심지어 어떤 순간에는 더 강렬하게 마음을 흔들기도 한다. 늘 마음의 방 한편에 자리 잡은 존재들. 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물리적인 존재보다 더 큰 마음의 존재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가르침을 준 네 발로 온 나의 선생님 김밥이에게도 정말 감사하다.
위 스케치에서 내 모습이 너무 크고 창밖에 밥이가 조금 작게 표현된 것 같아 이 부분을 본 스케치에서 수정하게 된다.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그림에 색이 더해지는 과정과, 깨알같이 숨은 디테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애니메이션을 아직 못 보신 분들이 있다면 아래의 영상에서!
+ 애니메이션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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