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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다 Feb 05. 2024

데이트하러 갑니다.

네가 만약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하기 시작할 거야.

아침부터 분주하다.

주말 아침이지만 일찍 일어나 아이들 밥을 챙겨주고

나의 힐링데이를 즐겨야 하는 날이다.

이불속에서 꼬물락 거리는 아이들을 반 협박으로 깨운다.

"얘들아 지금 안 일어나면 아침밥 없어."

어제 준비해 둔 해장국을 끓여서 아침을 주고

나도 함께 빈 속을 채운다.

데이트에 빈 속이면 크게 요동 칠

위장의 생리를 알기에.


밥을 먹고는 가볍게 화장을 하며 설레는 마음에

꽃가루를 뿌려준다.

설레는 마음이 꽃가루 덕분에 한껏 부풀어 오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핑크핑크한 맨투맨을 매치하고

가방을 둘러메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아이들에게 인사한다.

"잘 지내고 있어 엄마 갔다 올게."

목소리가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경쾌하다.

엄마의 현재 심리를 반영해 주듯이.


외출하기 준비하는 시간이 가장 소중하다.

"네가 만약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하기

시작할 거야."

어린 왕자에 나오는 대사처럼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기대감과 행복감은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 행복감을 만끽하며 약속장소로

그분을 만나러 간다.


오늘의 데이트 장소는 도서관에 위치한 강의실이다.

무슨 데이트를 도서관에서 하냐고?

모르는 말씀.

유부녀에게 아이들 없이 나 홀로 내 시간을 들여

그 사람의 히스토리를 들을 수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간에

그 장소는 핑크빛 가득한 데이트 장소가 된다.



약속된 시간에 광채를 뿜어내며 나타나신

나만의 데이트상대.

그분이 환한 미소로 인사를 하신다.

그리고 그 분만의 유일한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어떻게 글을 쓰기 시작하셨는지

글을 쓰기 위해 어떠한 자세로

지금까지 버텨오셨는지.

그리고 그 분만의 노하우와 지혜를 나눠주신다.


오늘의 데이트는 꽤나 성공적이다.

데이트가 성공적이라는 건 그분의

히스토리가  더욱더 궁금해졌다는 것이다.

어떠한 책을 쓰셨는지

그분의 이야기가 더욱더 호기심을 자극한다.

마법 같은 시간이 지나고

그분의 책을 빌려 집으로 돌아온다.

마법이 풀린 신데렐라처럼

아이들과 집안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지만

그분이 들려주신 이야기와

싸인 해 주신 책의 메모가 여운으로 나에게

남아있다.


그 싸인은 단풍이에게 해주신 말이지만

글을 계속해서 쓰고자 하는

나에게 더 와닿은 말이 되었다.

" 높은 벽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오래 걸리더라고 열심히 써 볼게요. 그래도 괜찮다고 말씀해 주셨으니까요."

그렇게 그 분과의 데이트는 종료되었다.

하지만 그 분과의 썸을 계속 이어가 보려고 한다.

일방적인 썸이 아닌 나의 흔적을 찾을 수 있도록.

그 이유로 나는 오늘도

나의 글을 끄적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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