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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다 Mar 07. 2024

시작은 불안과 설렘의 반반 피자 맛.

불안이라는 이름의 색다른 맛.

"나 학교 가기 싫어."

3월이 시작되면 단풍이는 진심을 담아 외친다.

3월과 함께 급 불안증이 찾아오는 아이, 기나긴 8주의 시간 동안 열과 성을 다해

2주 남았다. 7일 남았어. 3일 뒤엔 학교 가야 해.라고 단풍이에게 카운트다운을 해준다.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신호다. 말은 알겠다고 하나 그 뒤엔 항상 같은 말이 되돌아온다.

"학교 가기 싫어, 안 갈 거야."


D-Day

"얘들아 일어나 학교 가야지."

뭉그적 뭉그적 이불속으로 파고드는 첫째와 눈 뜨자마자 눈시울을 붉히는 단풍이.

그래, 예상은 했다만 일어나자마자 우는 아이를 마주하는 마음이 편치 많은 않았다.

눈치 없는 가을이는 "엄마, 단풍이 왜 울어?"라고 묻는다.

"너무 오래 쉬어서 학교 가기 싫어서 그렇지, 아는 척 하지말지 얼른 준비하고 너 먼저 가."

"단풍아, 울어도 학교는 가야 돼, 2학년인데 1학년처럼 울면서 갈 거야? 우는 친구들 아무도 없을 텐데 좀 부끄럽지 않을까."

단풍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면서 애써 눈물을 참으려고 하지만 이내 서러운 울음을 터뜨린다.

큰 소리로 떼쓰며 울지 않는 게  어딘가 싶으면서도 매년 되풀이되는 이 상황에  당황스러움이 앞서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큰 아이를 먼저 학교로 보내고 단풍이에게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줘 본다.

하지만 상황은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뿌연 안개 속이다. 양말 한 짝 신고 울고, 티셔츠 입다 울고 , 잠바 챙겨 입으면서 울고 아침부터 이게 웬 눈물 파티의 대 향연이란 말인가.

등교 시간은 재깍재깍 흘러가고 단풍이의 눈물은 멈출 줄 모르고 욱 하는 마음이 슬슬 올라온다. 하지만 등교 첫날부터 엄마의 화를 보태고 싶지 않기에 애써 참을 인을 새겨본다.

참을 인, 참을 인, 참을 인

"단풍아 학교 늦겠다, 얼른 가자."

단풍이의 손을 잡고 대문을 나선다.

눈시울이 빨개 쳐져 있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작년까지만 해도 아이가 울면 그런 아이가 안쓰러워 함께 울던 내가 떠오른다.

그래도 올해는 눈물이 안 나오는 걸 보니 내 마음이 작년보다 한 층 더 단단해 졌음을 느낀다.

"단풍아, 교실 들어가면 또 별거 아니잖아 가기 싫어서 그렇지 오늘 하루 지나면 또 괜찮아질 거야."

대답할 기운도 없는지 단풍이는 터벅터벅 세상 가장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새로운 교실,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친구들

개학하기 전까진 몇 반일까 어떤 선생님일까 어떤 친구들과 같은 반이 되어을까로 설레어하던 단풍이었다.

막상 학교에 가야 할 당일이 되니, 아직은 그 설렘의 호기심보다는 경험해 보지 못한 불안이 더 크게 다가오나 보다.

아이의 그 불안을 보며 내심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그 마음을 누구보다 내가 잘 알기에.

변화를 누구보다 무서워했던 엄마가 그런 씨앗을 단풍이에게 물려준 것만 같다.

새 학기에 항상 배가 아팠던 나, 학교 가기 싫어 눈물을 흘리는 단풍이.

어쩌면 내가 가장 싫어했던 모습이 닮아 있는지.

아이의 불안한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내 아이는 엄마를 넘어섰으면 하는 마음도 공존한다.

그 마음으로 교실로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단풍이의 얼굴을 보면 울면서 학교에 온 걸 알 텐데.

그 또한 단풍이가 넘어서야 할 벽이겠지.

그 벽을 넘어  언제나 그랬듯 아침 시간을 잘 견뎌내고 단풍이는 생글생글 웃으며 교문밖을 나올 것이다.

그리고 내가 물으면 대답하겠지.

"학교 어땠어?"

"재미있었어."

"내일은 울지 않고 잘 갈 수 있지?"

"응, 잘 갈 수 있어."

단풍이는 하루 이틀내로 자신이 학교에 가야 함을 체념하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아 낼 것이다.

그리고 종알종알 그 즐거움의 맛을 표현해 내겠지.



오늘의 무거웠던 발걸음이 단풍이에게 겪어보니 별일 아니네라는 색다른 맛의 즐거움으로 가슴에 남길 고대해 본다.

그리고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재 보다는 단단한 내면을 가진 아이로 성장할 수 있을거라고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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