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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야 깨닫는다. 아파야 후회가 온다.

거저 주어지는 것은 없다.

by 주다 Mar 26. 2025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아래로 푹, 짓누르는 느낌. 거실 밖에서는 아이들이 선생님과 학습지수업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 신랑이 쉬는 날이라 뒤처리를 부탁했다.

“나 너무 어지러워서 못 일어날 거 같아, 애들 수업 끝나면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정리해 줘.”


이틀 전부터 귀가 먹먹한 상태가 지속됐다. 이러다 말겠지. 괜찮아지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여유를 부렸던 탓이었을까. 고개를 옆으로 살짝만 돌려도 어지러움이 나를 집어삼켰다. 

이런 어지러움의 종류는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신랑도 놀랐는지 응급실이라도 갈래라며 물었다. 움직이는 게 고통스러워 누워있겠다고 말하고 아이들 저녁을 부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배달음식이 도착했다. 음식관리를 하는 첫째가 있어 배달음식이 마땅치 않았지만 내가 움직이기 어려우니 못 본 척 넘어가기로 했다. 


날이 밝자마자 병원으로 향했다. 여러 검사를 거쳐 돌발성 난청과 이석증을 명 받았다. 주사를 맞고 약을 먹으며 기나긴 치료가 시작됐다. 

“선생님 언제쯤 괜찮아질까요? 

“사람마다 달라요, 과로하지 말고 스트레스받지 말고 푹 쉬세요.”

2주가 넘어가면서 안달이 나기 시작했다. 일상이 무너지고 있었다. 엄마가 누워있으니 아이들은 눈치를 보며 게임과 tv에 열중했다. 머리가 울려 소리 지를 힘도 나지 않았다. ‘아, 어지럼증만 없어지면 살겠네.’하는 말이 절로 입 밖으로 흘러나올 뿐이었다.


루틴 있게 보내던 보통의 하루가 그리워졌다. 운동을 하고 누군가를 만나서 차를 한잔 마시고 아이들을 챙기던 하루. 몸이 아프니 세상만사가 참 귀찮아진다. 의욕이 없어지면서 무력감이 온몸을 감싸 안는다. 집안일은 순식간에 쌓이고 배달음식이 늘어나며 집 밖으로 나가는 게 고역이 되는 하루가 된다.


추운 겨울에 몸까지 아프니 억울함이 복받쳤다. 건강함이 그저 주어지는 것인 줄 알고 살았다.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면서 건강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며 나를 재촉한다. ‘언제나 건강한 몸인 줄 알아? 지금 챙기지 않으면 점점 더 힘들어질 걸’ 몸은 나에게 힌트를 주고 있었는데 나는 애써 못 본 척했다. 겨울이 시작되고 추워진다며 운동을 소홀히 한 증거가 바로 나타났다.


서른이 넘은 후로 내 나이를 잊어버리고 산다는 우스갯소리를 했었다. 그 나이에 머물러 있고 싶은 마음이 컸던 걸까. 나이도 건강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고 건강관리에 소홀했다. 해야지 해야지 마음은 말하는데 바쁘다는 말들로 그 소리를 흘려버렸다. 아파야 후회가 온다. 아파야 깨닫는다.


누워있는 나에게 둘째가 다가온다. 

“엄마 많이 아파? 나는 엄마가 안 아팠으면 좋겠어 얼른 나아, 사랑해.” 

날카롭던 내 마음이 돌연히 말랑해진다. 나를 위로하는 마음, 생각해 주는 마음 그것만으로 고통은 줄어든다. ‘조금씩이라도 움직여 봐야지, 누워만 있다고 있던 게 없는 게 되나’ 그래 바꿀 수 없다면 받아들여보자. 조금 쉬어가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하자. 쉬면서 컨디션 회복에 집중하자.


생각을 조금 바꾸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일어나면 병원에 가고 제시간에 약을 챙겨 먹고 하루 한 가지 정도의 일만 처리한다. 그렇게 3주간의 시간이 더디게 흘러갔고 어지럼증도 점차 나아지기 시작했다. 어지럼증만 없어졌을 뿐인데도 기분은 상쾌해진다. 발걸음이 가볍고 겨울의 차가운 바람도 반갑다.


몸이 안 아파야 세상이 반가워진다. 안 아파야 의욕이 생긴다. 이석증으로 힘들며 나의 몸 상태를 다시 한번 체크하는 시간. 이제 건강을 챙겨야 하는 나이구나, 운동을 해야 건강하게 나이 들어갈 수 있겠구나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이후로도 잠을 못 자거나 피곤하면 어지럼증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한다. 아 며칠 내가 내 몸을 아껴주지 못했구나,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세끼를 챙겨 먹어야겠다. 운동해야겠다. 원망스러웠던 이석증은 내 건강의 적색등이 되었다. 


적색등이 켜지면 나를 먼저 챙긴다. 나를 챙겨야 가족이 무탈하다. 가족의 무탈함이 나의 하루를 지켜준다. 3주의 쉼 덕분에 여유가 생겼다. 여유는 생각하게 하고 나를 변화시킨다. 세상에 거저 주어지는 것은 없다고. 일상의 별거 없는 하루들이 소중한 걸 알려주려 한 번씩 고통과 시련을 주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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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네이버 무한도전 짤.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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