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매주 수요일은 오후 2시에 과외 수업이 하나 있다. 오전 내내 빈둥거리다 급히 점심을 해결하고 집에서 1시 40분에 나선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라 왔다 갔다 걷기 운동도 되고, 수업받는 아이도 나를 반겨줘서 즐거운 마음으로 간다.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와서 다시 집을 나가기까지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의 여유가 있다. 여유를 부리다가 결국 마지막은 허겁지겁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오전의 일과는 참 별 볼일이 없다. 챙겨보는 웹툰과 뉴스거리들을 훑어보고 이런저런 궁금한 소식들을 뒤지다 보면 시간이 흘러간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되고 집을 나선다.
동네 하천 산책길
다행이다 싶었다. 하루를 의미 없게 허비했을 수도 있는데 작은 일이지만 용돈벌이도 되고 정신을 환기해 줄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어제도 결국 유야무야 오전 시간을 보내고 찝찝한 기분으로 집을 나섰다. 날씨가 좋다. 하늘이 파랗다. 오랜만에 미세먼지 없는 깨끗한 공기와 적당한 추위가 기분 좋은 날이다. 오늘은 과외가 끝나고 집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산책을 한 바퀴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신선한 공기를 콧구멍으로 가득 들이마셔 폐를 지나 몸속으로 그리고 내 정신까지 맑게 씻어내야겠다.
이렇게나마 몸을 일으켜 작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더 이상 매몰되어 있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 하루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해도 그게 내 인생을 망친건 아니니까. 그냥 지금처럼 깨우치고 씻어내고 다시 일어나 작은 일을 계속해나가면 되겠지.
당연한 듯 삶의 일부로 자리 잡은 나의 이 오래된 무기력과도 잘 지내게 될 때가 오겠지. 산책을 다녀와 봄을 한껏 느낀 후라 그랬을까? 홀린 듯이 3월부터 진행되는 오전 줌바 수업을 신청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듯이 나에게도 새로운 시작이다. 올해 봄에는 뭔가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