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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자라는 시간 동안

엄마의 글쓰기 시간

by 나나스크 Mar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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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온 것 같다. 온도가 제법 올라오고 한낮에는 경량재킷도 덥게 느껴진다. 다음 주면 다시 영하로 기온이 떨어진다는 일기예보가 있지만, 최악이라는 미세먼지 경고알림이 수시로 울리지만, 가벼워지는 옷차림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3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3학년이 된 아이의 하교 후 스케줄이 크게 수정되었다. 1학년부터 2학년까지 이어진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익숙했던 일정들이 이런저런 이유들로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주로 아파트 상가에 있는 학원들과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의 학원 한 두 개가 스케줄의 전부였는데 처음으로 버스를 타고 말 그대로 '학원가'라는 곳에 와보게 되었다. 동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많은 학생들을 볼 수 있고 싱그러움과는 좀 거리가 먼 어떤 치열함이 느껴지는 이 거리.

 남자아이들만 전문으로 한다는 미술학원을 다니기 위해 찾은 학원가의 풍경에 우리 아이도 언젠가는 미술이 아니라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 수업을 듣느라 여기를 오겠구나. 그때쯤엔 녀석 혼자서 올 수 있는 나이겠지 하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올랐다. 거리를 바삐 누비는 형, 누나들의 고단함을 알리가 없는 아들은 그저 자신이 만든 청룡언월도를 완성하는데만 신경이 쏟아진다.

 아이가 5살 때부터 미술수업을 계속해왔다. 집에서 이런저런 엄마표 놀이로. 5살 때부터는 미술 학원을 다녔다. 어렸던 나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했기 때문에 미술학원의 재미를 몰랐는데 아이는 미술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오늘은 뭘 그릴까? 기대감을 비추기도 했다.

 미술 수업이 좋다는 이야기만 했지 아이의 찐 행복한 미소를 본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첫 시범수업을 들어갈 때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수줍게 인사를 하고 들어갔던 아이는 시범 수업이 끝날 때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며 자신이 만든 제 키를 훌쩍 넘는 창을 가지고 와서 깔깔거리며 웃었다. 버스를 타고 와야 하는 고단함 쯤이야 아이의 티 없는 미소를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언제는 글을 써야 할 텐데.. 계속 미루고 미루던 내 글쓰기를 아이가 자라는 시간 동안 마침내 할 수 있게 되었다. 매주 수요일 1시간 30분. 네가  자라고 나도 자란다. 막연하게 시간이 나면 얼른 브런치에 글 하나 올려야지 했던 시간들이 벌서 후드득 3개월이 지나가버렸다. 작년까지 더하면 6개월가량이다. 미루는 건 끝이 없지. 이렇게 생각하니 참 다행이다 싶다.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내 글쓰기 시간이 되었다니. 그런 점에서 또 나에게도 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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