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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py Feb 05. 2024

어바웃 확대와 축소

어바웃 시리즈

성인이 된다는 건 내 인생이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일인가?

중고등학생 때의 나는, 성인이 되면 세상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게 바뀌지는 않았다. 성인 (대학생) 이 되어도 시험 기간에는 편안한 추리닝에 운동화를 신고 학교를 다니고, 술도 마시지만 그냥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게 재밌고, 학점에 신경쓰고 이것저것 해보고... 대격변의 삶은 아니었다

그러나 꽤 많은 게 바뀐 것은 사실이다. 학교나 학원을 다니며 입시 성공을 위한 공부만 했던 때와는 달리, 그래도 전보다 더 많은 형태의 세상을 만나게 된 것이다. 나름의 혼란도 기쁨도 있었지만, 나는 이 과정을 확대와 축소라는 키워드로 이야기해보고 싶다.

[확대]

이전과 비교해 훨씬 더 많은 경험을 하게 되면서, 나는 '성장'한 것을 확대했다고 부르게 되었다.

우선, 전의 글에도 썼지만 지하철 요금이나 각종 물가를 몸소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동네만 돌아다니던 전과는 달리 이제는 통학을 하거나 다양한 활동을 하기 위해서 서울 곳곳을 다니는 게 일상이 되었기에, 지하철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살던 5호선 라인 정도밖에 몰랐지만 이제는 어디에서 환승을 해야 하는지, 몇 호선이 지옥철인지 (..) 이제는 다 감이 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학교 매점의 물가밖에 몰랐지만, 이제는 보통 밥을 먹으려면 얼마 정도가 드는지, 이런 메뉴들은 얼마 정도 하는지 경험을 바탕으로 '보통에 비해 싸다, 비싸다'를 좀 더 정확히 짚어낼 수 있다.

그 다음,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하는 이야기의 주제는 주로 웃긴 얘기, 성적 얘기, 연예인 얘기, 연애 얘기 등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것들이 주를 이루었다. 물론 이런 스몰토크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자라왔는지, 어떤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사람인지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보지 못했고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다니고 있다 하더라도 그 안에 들어 있는 사람들의 색깔은 정말 다양하다는 것. 그리고 내가 몰랐던 기존 주변 사람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으며 피상적인 이야기에서 조금 더 '딥토크' 를 통해 사람들의 다양한 면을 배울 수 있었다.

또, 친구들이 향하는 길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등학교에서 우리는 크게 문/이과로 나뉘었지만, 지금 친구들을 보면 공대에 간 친구, 문과 중에서도 방송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친구, 또 다른 길을 모색해서 진로를 찾아가고 있는 친구들 등 하나하나 열거할 순 없지만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색깔의 스펙트럼이 하나하나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마 또 몇 년이 지나 각각의 친구들을 만나다 보면, 더 넓은 스펙트럼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나에 대해서도 조금 더 잘 알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도 늘어났지만, 나 혼자 시간을 보내는 순간도 늘어났다. 그래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걸 특히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가치를 가장 강렬하게 추구하는 사람인지에 대해 마냥 추상적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아직 부족하지만 이것저것 시도해보면서 감을 찾아가는 중이다.

나는 이것들이 성인이 되면서 겪은 확대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에 쓰지 않은 것들도 많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고 데이터를 축적한다는 것은 성장이자 확대 아닐까?

[축소]

그러나 데이터의 축적은 비단 확대뿐만 아니라 우리를 축소시키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철이 든다는 표현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옛날에는 아무 생각 없이 소비를 했다면, 지금은 생각을 하며 (...) 소비를 하려고 한다. 1시간 동안 일해도 받는 최저시급으로는 요즘 물가로 제대로 된 밥 한끼 사 먹기도 힘들다는 점에 경악하며 친구와 얘기를 하게 되고, 현실적인 이동 거리와 에너지를 고려하기 시작하며 무조건적인 확대가 아니라 한 발 빼기, 한 번 더 생각해 보기 등의 축소를 겪기도 했다.

과거 어른들이 어렸을 때의 꿈은 하나같이 대통령, 우주비행사였다고 한다.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는 지금, 실제로 대통령이나 우주비행사가 된 인물들은 극소수일 것이다.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해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도 하나의 축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축소는 적어도 나쁘지 않다. 축소가 아니라 위축이 되는 순간부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는 있어도, 자신의 상황에 맞는 것들에 따라 배율을 조정하는 것도 또 하나의 성장이 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장한다는 것은 배율을 조정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진을 확대해 보면 멀리서 보았을 때는 제대로 알지 못했던 작은 부분까지 알아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좋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확대만 하다 보면 사진의 원형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나무만 볼 수도 있다.

반대로, 사진을 축소해서 보면 그 전반적인 틀을 알아차릴 수는 있지만 사진과의 지나친 거리두기는 결국 그 사진이 무엇인지 모르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어떤 일에든 각자에게 맞는 적정 배율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관계의 경우, 어떤 사람은 나를 더 확대해서 보고 싶었지만 나는 그걸 원치 않아 사이가 서먹해지는 경우도 있다. 혹은 조금 거리를 둘 때가 오히려 좋았건만 지나치게 확대하다 보고 싶지 않은 부분을 보게 될 수도 있다.

인간관계 외에도, 직업을 선택하거나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있다. 꼼꼼히 알아보고 결정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대상의 사소한 부분에 집착하다가 결국 사진 전반의 틀을 잃어버리게 된다면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다. 또, 마냥 겁먹고 사진을 축소해 버리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못할 수도 있다.

어떤 일이든 몸소 부딪히며 확대도, 축소도 해 보면서 나름의 적정 비율을 찾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이 글을 끝맺고 싶다. 사실 요즘 쓰는 글이 비유만 조금씩 다를 뿐 돌고 돌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다음 주에는 보다 나은 생각이 떠오르길 바라며

이번주 어바웃 글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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