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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py Jan 29. 2024

어바웃 소분과 감정

어바웃 시리즈

소분하는 건 좋은 습관이다

과거에는 대가족이 함께 먹고 살았기 때문에 대용량의 물품들을 사 두어도 금방 쓸 수 있었지만, 현재는 1인 가구의 증가와 대용량 가성비 물품 구입 증가의 추세로 '소분하기' 붐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자취생과 같은 1인 가구에게 필요하다는 소분

유튜브에 들어가 보면, 배달음식을 먹기 전 간단히 소분해 놓는 방법 / 코스트코같은 매장에서 산 제품을 알뜰하게 소분하는 방법 등 다양한 소분의 비법이 많이 공유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제품을 소분할까?

한 번 먹고 나서 나누어 담는다면, 식품의 경우 입안의 타액이 음식을 오염시켜 장기적으로 위생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음식이 일찍 상하거나...)

또, 제품의 경우에도 괜히 감당하지 못할 대용량 자체로 쓰면 부담스럽다. 공간도 많이 차지할 뿐더러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제품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음식을 먹기 전, 제품을 사용하기 전 조금 귀찮더라도 미리미리 소분해 놓으면 미래의 내가 훨씬 더 편하고 안전해질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인간관계도 소분할 때 조금 더 편해지고 안전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 라고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감정은 음식을 칼로 자르듯이 쉽게 나눌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으나...

적어도 소분하려는 노력이 우리의 관계의 질을 높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한 감정의 소분은 다음과 같다

나는 내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을 만났을 때, 아주 대용량의 감정을 하나 준비해 놓는다

그리고 몇 개의 크고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 소분해 놓은 다음, 그 사람과 친해지며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을 하나하나 내보인다

감정을 소분한다는 것이 관계에 있어서의 진중함을 나타내 준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성이든 동성이든, 잘 맞는 사람을 만났을 때 앞뒤 가리지 않고 대용량의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것 역시 로맨틱하다!

평소 낯을 많이 가린다는 말을 듣는 나도, 어쩌다 신기하게 낯을 가리지 않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과는 빠른 시간 안에 내 대용량의 감정을 보여주며 서로 신나는 기억을 쌓을 수 있었고, 이건 내게 소중한 추억 중 하나다

그러나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대용량을 준비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지나친 거리두기가 될 수도 있지만, 서로를 알아가며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을 하나하나 꺼내놓다 보면 섣불리 한 입 베어물어 이미 상해버린 감정을 보여 줄 필요도, 지나치게 좁은 공간에 갇혀 아등바등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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