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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미감

어바웃 시리즈 2

by 싱가

나는 미감호소인이자 미감집착인이다. 내 말버릇 중에 하나는 ‘이건 미감이 좋아서 굿이야’ ’이건 미감이 영 아니야‘ ’에스떼띡하지 못해‘ 등의 단어를 집어넣어서 말한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을 볼 때도, 내가 친해지고자 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어떤 방면에서든 미감이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미감은 모두 다르지만 .. 그럼 내가 생각하는 ’좋은 미감을 가진 사람’ 은 뭘까부터 시작해서 미감은 무엇인가 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다.



미감에 언제부터 그렇게 집착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흔히 ‘미감‘ 하면 패션이나 화장, 디자인 등을 떠올릴 것 같은데 사실 나는 그런 미감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물론 이런 요소들을 잘 알고 꾸미는 건 좋은 일이지만, 적어도 이것들은 내가 생각하는 주된 미감의 요소는 아니다.

미감에 대해 두루뭉술한 나의 느낌을 말해 보자면 ‘좋은 느낌을 주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는 느좋이 될 수 있겠다… 왠지 모르게 좋은 느낌을 주는 것, 그리고 그렇게 사람을 만들어 주는 것들이 나에게는 미감으로 다가온다.


나는 선천적으로? 미감이 좋은 사람들을 정말정말로 부러워한다.

난 선천적미감인 (?) 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 ….. 본격적으로 블로그 등에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약 2년 전부터인데, 며칠 전에 2년 전 내가 썼던 글들을 보니 고통스러웠다. 이게 정녕 2년 전 내 미감이란 말인가? 그렇게 대대적인 미감 수정 작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본인 나름의 미감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생긴 흑역사 다들 하나쯤은 있으시죠 ?? 우선전꽤되는듯……


내미감

그렇다면 내가 알고 있는 미감 좋은 사람들을 떠올려 보자…..

대부분은 취향이 있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연예인이나 유튜버를 제외하고, 내 주변의 미감인들은 본인이 좋아하는 걸 잘 알고 거기에 열과 성을 쏟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게 책 읽기가 될 수도 있고, 글쓰기, 음악, 영화, 운동, 애니 시청?? 까지

이렇게 보면 세상에 좋아할 것들은 참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가끔 사람마다 좋아하는 건 다르다지만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싶을 만큼, A를 보면 A’를 알 수 있고, B를 보면 완전히 다른 B’를 알 수 있다. 뭐 아무튼


단순히 좋아하는 게 있으면 내가 생각하는 미감인인가? 라고 또 물어본다면 그건 아닌 것 같다.

그걸 본인에게 어울리는대로 풀어낼 수 있는 것이 하나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a는 본인의 체형에 어울리게 옷을 코디할 줄 안다. 책을 즐겨 읽는 b는 그 책을 본인의 색깔에 맞추어 소화해 내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다. 등등 ‘어울린다’의 정의는 함부로 하기 어렵지만 그 사람과 너무 동떨어지지 않은 방식으로 본인의 취향을 풀어나갈 수 있는 사람을 볼 때 미감이 좋다고 느끼는 듯 하다. 이것도 스테레오타입이 될 수 있어서 조심스러우나 어쨌든 누군가를 보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것과 본인의 취향과 그걸 나타내는 방식이 조화를 잘 이룰 때 미감이 좋다고 느끼는 것 같다는 말

본인의 취향과 이미지가 맞지 않고 삐그덕거린다면?

아쉬운 미감인 것……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여유인 것 같기도 하다. 흔히 미감, 미적 감각은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가지고 있고 이들은 정신적으로 굉장히 취약하다거나 날카롭다는 인상을 가지곤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미감은 전혀 그런 이미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미감이 좋다고 느꼈던 사람들은 어떤 의미에서든 완급 조절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무턱대고 달리기만 하거나 내내 초긴장해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여기서 갑자기 떠오른 것은 플라잉 요가인데,


플라잉 요가는 말 그대로 해먹을 이용한 요가다. 인터넷에서 흔히 돌아다니는 거꾸로 뒤집기 공중에서 돌기 등의 동작을 수행하기도 하는 바로 그 운동….. 사실 처음에 플라잉 요가를 하다 보면 초반에는 몸을 해먹에 의존해서 거꾸로 매다는 것이 참 어렵다.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불안하고, 몸이 갑자기 빠지면 어떡하지 두려워한다. 그러다 보면 몸에는 자연스레 힘이 들어가게 되고 잔뜩 경직되는데, 사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힘을 빼고 이완하는 것이다.

여러 개의 동작을 하나의 시퀀스로 만들 때도 마찬가지다. 힘을 과도하게 또는 엉뚱한 곳에 주게 되면 다음 동작을 하는 과정에서 몸은 버둥거리고 해먹은 사정없이 흔들리게 된다. 이떄도 최소한의 코어 힘만 활용하고 나머지 몸에는 힘을 빼야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동작을 완성시킬 수가 있다. 결국 숙련자가 될 수록 힘을 쭉 빼고 해먹에 온 몸을 내맡기고 이완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미감이 좋은 사람들은 무언가 바쁘고, 쫓기는 사람들보다는 어떤 의미에서든 이완하고 숨을 한 번 고를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결국 이게 숙련도를 나타내 주는 것과 같다고 무의식적으로 연결짓고 있었기에 그랬을지도?



또 이런 미감은 타인의 시선을 너무 의식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미감의 한 요건이다.

가면 갈수록 미감에 대한 개똥철학론 같은데 ??

아무리 화려하고 완벽하게 차려입은 사람이어도 남들이 어떻게 볼까 라는 표정이 얼굴에 떠 있으면 그건 나의 미감인은 아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 있는 사진을 찍기 위해 인테리어며 전부를 그런 방식으로 바꾸어 버리는 것도 내가 추구하는 미감과는 거리가 멀다. 자신을 잘 가꾸고 취향을 함양하는 것은 좋으나 그 행동의 궁극적인 포커스는 나 자신이 되어야 하지 그 시선이 외부로 향해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그건 미감이 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정리해 보면 내가 생각하는 미감인은 외부에 전시하기 위한 목적만이 아니라 본인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취향이 있고, 그것에 기를 쓰고 덤비지 않는 사람인 것?

사실 나에게 미감은 자신을 알고 가꿀 수 있는 여유로운 어떤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쓰다 보니까 오히려 더 헷갈린다!

아무튼 나의 미감에 대한 지론은 이렇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떠올린 주변의 미감인들을 생각해 보니,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미감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획일화된 기준이 아니기 때문에, 나의 취향을 잘 발굴해 내고 가지고 있는 것들과 잘 조합하고 가꾸어 나가다 보면 충분한 (적어도 내 기준) 미감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미감이 존재할 수 있고, 그 미감들은 각각의 개성과 매력이 있다는 생각

그래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러한 미감과 관련한 칭찬을 들으면 단순한 외모나 능력에 대한 칭찬을 듣는 것보다 더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미감과 미감인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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