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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향수 (鄕愁)

어바웃 시리즈 2

by 싱가

최근 상당히 흥미로운 영상을 유튜브에서 보게 되었다. 사실 흥미롭다기보다는 슬프다는 감정에 가까운데, 유명한 유튜브 채널에서 업로드한 ‘South Korea is over’라는 다소 자극적인 영상이다. 실제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도 이 영상을 봤다고 한다.


https://youtu.be/Ufmu1WD2TSk?si=TBaJMrDcqziFYXmB

해당 동영상

개인적으로 스스로가 귀가 정말 얇은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영상을 보고 나서는 정말로 우울했다. 나의 안 좋은 버릇 중 하나는 그 영상에 대한 비판을 잘 제기하지 않고, 한 번 어떤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영상을 시청한 후에는 이 버릇이 다시 발동되어서 우울에서 벗어나기까지 좀 걸렸다….


영상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간단하다. 2060년 즈음의 한국은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심각한 수준의 어려움을 겪으며,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존망에 대해 상당히 자신감 있게 “힘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가장 큰 문제인 노동인구 급감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사회 구조, 북한과의 대치 상황을 고려했을 때 국방 인력 확보에서의 어려움,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 등 다양한 요소를 그 근거로 들고 있다. 특히 이 영상을 업로드한 채널의 경우 수많은 전문가들이 오랜 기간 자료 조사를 거쳐 영상을 만든다고 하는 만큼, 영상을 보면 볼수록 무력감이 커지기는 너무도 쉬웠다.


가장 큰 문제점은 아무래도 저출산일 것이다.

얼마 전 나는 이 문제를 간접적으로 경험한 적이 있다. 우리 부모님은 부산이 고향이고, 우리 가족을 제외한 대부분의 친척들은 경남 지역에 살고 있다. 작년 가을에 엄마가 부산에 다녀오셨을 때, 지하철을 타고 자갈치 시장 쪽에 갔다고 한다. 엄마는 서울로 돌아와서, 그때 어떤 의미에서의 공포감을 느꼈다고 하셨다. 지하상가부터 그 인근까지 노인밖에 없었다는 것…. 단지 더 나이가 많은가 / 좀 덜 많은가의 차이일 뿐, 길을 걷는 사람들은 모두 노인이었다는 점이다.

언젠가 부산이 고향인 동기에게, 대학을 졸업하면 다시 부산으로 가고 싶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동기는 좋은 일자리만 있다면 언제든 부산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부산에는 그렇게 많은 일자리가 없는 게 현실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부산은 한국에서 서울 다음으로 큰 도시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곳마저 일자리가 없어서 수많은 청년들이 서울/경기권으로 온다는 것?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걸 직접 보고 들으니 그 감회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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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한국을 떠나는 것이 답인가? 라는 생각으로부터 시작한 고뇌에 빠져 보았다. 이 생각을 하는 것은 특히 고통스러웠는데, 그 이유는 내가 최근 한국에 대한 향수를 본격적으로 겪었기 때문이다… 영어로는 homesick이 되겠다.

미국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기 위해 한국을 떠나온 지 100일이 조금 넘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까지는 2달 조금 더 남은 상황

연인도 100일이 고비 중 하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던데, 비단 연인 사이에만 적용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교환학생으로 지내면서 좋은 점도 정말 많고, 운이 좋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그러나 슬슬~ 감도 익혔겠다, 새로움보다는 권태가 오는 순간도 많고 어떤 측면에서는 무력감을 느낄 때도 있다.


지극히 제 경험입니다!

미국이 이야기하는 ‘인종의 다양성’은 물론 높지만 여전히 아시안이라는 키워드는 익숙해지지 않는다. 가만히 있을 때, 주위에서 들리는 소움은 전부 영어고, 이곳에서 나고 자란 아시안계 아이들도 확실히 외양이나 정서 등 다른 측면이 많다. 버스와 강의실에서는 지독하게 달달한 향수 냄새가 나고, 신발을 신고 집 안을 돌아다니고,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낯설고

강의실에 들어가면 이따금씩 내가 바보가 된 것만 같은 느낌을 받곤 한다. 나도 나름 한국에서는 똑똑했는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교수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필기를 한다. 파티에 갔을 때 어색하기만 한 건배사를 어찌저찌 따라한다. 캘리포니아의 사람들은 친절해서 좋지만 때로는 그 웃음이 부담스러울 때도 많다.

물론 좋은 점도 정말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의 영상에서 말하고자 하는 게 “최대한 빨리 한국을 탈출하라”는 것이라면, 그때는 어떨까?

교환학생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일 것이다. 이곳에서의 나는, 밥 먹고 유산소 운동만 해도 잘 살고 있다면서 “우쭈쭈”받는다. 그러나 거주의 문제를 비롯한 생계를 타국에서 내가 온전히 책임지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또, 아시안은 메이저가 되기 참 힘들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가 한국에서도 딱히 주류/인싸 그룹에 속했다! 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건 개개인의 성격이 차지하는 부분이 컸다면 여기서는 타고난 인종이 주는 영향을 절감할 때가 있다. 다양성의 나라임을 주창하던 미국은 내 생각보다 훨씬 인종들 간의 ‘끼리끼리‘가 심했다. 전반적인 사회의 모습도 마찬가지이다. ’따로 또 같이‘가 아니라 ’같이 그러나 따로’를 느낄 때가 있다.


사실 인종의 문제보다 더 크게 느낀 점이 있다. 내 향수의 가장 크고 근본적인 원인은 사람들이었다.

운이 좋게 괜찮은 하우스메이트들을 만났고 수업에서 친구를 사귀었다. 얘네들하고 이야기해도 재미있고, 이제 이곳의 표현을 서서히 알게 되어서 좋다. 그러나 모국어가 아니면 표현할 수 없는 어떤 미묘한 감정들 / 공감하기 힘든 애매한 감정선들 / 오롯이 전할 수 있는 생각들의 한계를 느낀다.


물리적인 거리가 가지는 힘도 생각보다 크다.

2월 말에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원래 아프셨기 때문에 출국 직전에 뵙고 떠났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되니 멍~해졌다. 영화관에서 그 소식을 듣고 나와 아파트로 홀로 걸어가는데 그럼 나한테 할아버지의 기일은 미국에서의 오늘이 되는 건지, 한국 시간으로의 내일이 되는 건지

16시간의 시차는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의 낮과 밤을 바꾸고 이따금씩 사람을 멍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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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처음 봤을 때는 잘 몰랐는데, 영상을 여러 번 보다 보면 제일 말미에 다른 나라들의 심각성도 언급하고 있다.

과연 한국을 떠나는 게 근본적인 해답이 될 수 있을까?

다른 나라도 비관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현재 한국 상황의 심각성이 상쇄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미국도 딱히 ㅋㅋ..


세계 선진국 대부분은 심각한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직면하고 있다.

이 상황에 대해 문과적 상상 + 캘리포니아의 해맑은 태도로 생각해 본 결과

애초에 우리의 예상과는 다른 방식의 문제 해결법이 존재하지 않을까? 우리는 출산율을 높이고, 인구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방식의 접근을 취하고 있고 이것도 물론 맞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흔히 상상하지 않는 어떤 돌파구가 발견되지 않을까? 사회 구조의 아주 큰 개편이 이루어지는 과도기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회가 달라지고 있는데, 이전과 같은 양상의 인구 분포/연령대가 나타나는 것은 어쩌면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이런 상상을 하며 지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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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래는 정말 절망적일까

적어도 내 주변의 청년들에게 물어보았을 때, 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머물고 싶다는 답을 했다.



위의 영상에는 자조적/비관적/절망적인 댓글이 참 많은 건 사실이지만,

사실 수많은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저주하고 혐오하고 물어뜯지만 현실 세계는 그보다 좀 나은 것처럼, 적어도 현실의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사람들은 좀 더 낫지 않을까? 내가 느낀 Korean의 특성 상 아직 희망은 있다고 생각한다…..


조국이 침몰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참 슬픈 일이다.

노동인구로서 조국의 침몰을 막기 위해 파이팅해야겠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최근 향수를 겪어서 더 그렇지만,

어릴 때는 막연히 외국에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고 한국이라는 곳은 가족 친구들이 내가 떠나지 못하게 발목을 꼭 붙잡고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어째보면 내가 그들을 꽉 붙들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는 생각도 드는 요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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