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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새봄 Apr 04. 2024

대학을 가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결정

      

내가 중학교 3학년이 마무리되어 가던 시절부터 우리 집은 급격하게 가계가 기울고 어려워졌다빚에 쫓겨 살던 집을 처분하고 단칸방에 온 가족이 함께 지내야 하는 그런 암울한 시기가 찾아왔다3부터 내가 대학교 2학년 때까지였으니 거의 5~6년을 정말 빛을 볼 수 없는 반지하 단칸방에서 우울한 한때를 보냈다


이때는 무슨 정신으로 학교에 다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자존감도 바닥을 칠 때고친구의 권유로 교회를 열심히 다니면서 그런 시기를 서서히 극복해 나갔던 것 같다   


  

당연히 목표도 꿈도 없었다대학에 가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중학교 시절 한때 공부로 잘 나가던 내가상위권으로 고등학교를 입학했던 내가 바닥을 치고 있었다내 뒤에는 운동 하는 배구부원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몇 명이 없을 정도였으니 정말 공부하고는 담을 쌓고 지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공부는 안 해도 수업 시간에 책을 많이 읽었다어차피 대학은 안 갈 거니 책이라도 많이 읽자는 심정으로 매달렸다그래도 죽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일까다행히 내신은 바닥이었어도 수능점수가 곧잘 나왔다고등학교 2학년이 마무리되던 시점에 고생활을 잘하면 대학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담임 선생님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뭔가 목표가 나에게 다시 생긴 것이다저녁 10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끝내면 귀가하지 않고 바로 독서실로 가서 새벽 2~3시까지 공부하기를 1그렇게 독하게 공부했다안되는 과목은 접었다할 수 있는 과목들만 하기로 했다내게 시간이 별로 없었기에 선택적으로 하기로 한 것이다



1년의 세월을 3년 같이 열심히 하다 보니 내게도 기회가 찾아왔고수능을 본 후에 꽤 괜찮은 대학에 원서를 쓸 수 있었다합격까지 나오지는 않은 상황이었지만 나 스스로가 너무 대견했고, 1년 동안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이런 나의 온도와는 다르게 엄마가 느끼는 생활고는 더 심각하셨는지 내가 대학 원서를 넣고 왔다 갔다 할 때부터 너무 힘들어하셨다



내가 간호학원에 다니면서 돈을 벌면서 야간 대학 등록금을 스스로 벌어서 다니기를 원하셨다그만큼 삶의 무게가 무거우셔서 참고 계셨나 보다     



전산 착오로 인해 불합격 처리가 되었던 내가 마지막에 합격이라는 결과로 바뀌었을 때의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친구들과 기쁨을 함께하고 새벽녘에야 집에 들어왔는데 집에 흰띠를 두르고 누워계시는 엄마를 보며 순식간에 분위기가 차가워졌다     



내 이름을 나지막하게 부르시며 정말 대학 가야겠냐고우리 형편에 오빠와 나를 둘 다 대학 보낼 엄두가 안 난다면서 나의 대학교 입학을 취소하라고 종용하셨다이것이 어떻게 해서 얻은 결과인데 날려버릴 수 있겠는가나는 너무나 단호했다절대 안 된다고!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이다     



엄마와 나의 팽팽한 기 싸움은 며칠 동안 지속되었다입학금 마감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마음이 급해진 건내 쪽이었다그래서 엄마에게 내가 건넨 한마디는 입학금만 내달라는 거였다앞으로 졸업까지는 내가 알아서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엄마도 나의 고집을 이미 아셨고꺾지 못하리란걸 알기에 마지못해 거기까지 양보해 주셨다     



그날로 나는 엄마가 급하게 빌린 돈 250 만원을 가지고 대학교 학생처에 가서 입학금을 넣었다그리고 다짐했다기필코 내 힘으로 졸업하겠다고...



그 후로 4년 동안 나는 우리 단과대학 수석과 차석을 번갈아 가며 하고 한 번도 빠짐 없이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졸업할 수 있었다물론 생활비등은 아르바이트등으로 충당했다대학 3-4학년 때에는 대학 생활을 만끽하고 싶어 엄마 몰래 휴학하고 IMF기간 1년동안 백화점에 취업하여 720만 원가량을 적금으로 모아서 남은 기간 아르바이트하는 것 없이 생활비로 충당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억척스러울 만큼 대학 생활을 한 것 같다엄마는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 당신 딸이지만 정말 대단한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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