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땅으로
말없이 내린다
머뭇거림 없는 발걸음으로
떨어지는 것을 손바닥으로 받아내고
녹아 사라질 줄 알면서
온전히 느끼고 싶은 마음에
잠시 가던 길 멈춘다
어린 날의 설렘
누군가 손 맞잡고 거닐던 거리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가슴에서 커지는 소망들
하얗게 물든 세상을 바라보며
나의 마음도 새하얗게 되기를
소망하며 바라본다.
첫눈이다.
눈이 앞을 가릴 정도로 많이 내리는 오늘 잠시 아파트 단지를 나서다가 하굣길 풍경을 보게 되었다. 지나가는 아이들과 엄마의 표정이 정말 상반되어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아이들은 세상 좋은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며 좋아하는데 엄마들의 표정은 근심과 걱정 한 가득이다.
나도 어렸을 때 눈을 보면 얼마나 좋아했는가. 그때는 어른들의 한숨 섞인 걱정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나도 그 시절 엄마처럼 걱정부터 앞서는 나이가 되었다.
그래도 아무도 밟지 않은 눈 덮인 곳을 보면서 뽀드득 소리에 취해 한없이 걷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첫눈의 설렘을 오늘만큼은 맘껏 취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