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저 Jan 24. 2023

장거리 연애를 하면, 우리가 헤어지지 않을까?

그렇게 장거리 연애가 시작됐다

한국에 돌아가겠다는  남자 친구에게 미리 말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먹먹하다.


"한국에 돌아갈까 생각 중이야."


 말을 듣고 남자 친구는 뒤통수를   맞은  같은 표정을 지었다.  역시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호치민에서 함께 사귀다가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니까, 결혼 생활로 친다면 귀책사유가 있는  같았다.


남자 친구는 내가 퇴사를 고민할 때부터 불안해했다. 퇴사를 하고 다른 일을 찾지 않는 다면 내가 한국에 돌아가는 것이 당연한 수순처럼 보였을 것이다. 남자 친구가 불안해하는 모습을 알았기에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건데?"


남자 친구의 두 눈에 눈물이 찼다. 울먹이는 남자 친구를 보니까 나도 금세 눈물이 났다. 남자 친구는 한국에 가면 저절로 헤어지게 될 수 있다며 불안함을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자 친구는 꽤 오랜 기간 장거리 연애를 했다가 헤어진 경험이 있었다. 남자 친구의 경험을 알고 있었기에 그 불안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가장 긍정적인 예측만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락다운이 풀리면 서로 자주   있을 거라는 말이었다. 남자 친구는 입을 삐죽 내밀고 어린아이처럼 울었는데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너무나 힘든 결정이었다. 그렇지만 그때 내게 우리 관계에 대한 오만함이 있었기에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장거리라도 우리의 관계는 계속될 수 있을 정도로 굳건하다'


무모했지만, 맞는 말이기도 하다. 장거리 연애를 한 지 1년이 넘은 지금까지 우리는 잘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라도 남자 친구와 우리 관계 탓을 하고 싶지 않아'


한국에 돌아오겠다고 결정한 또 다른 이유로 남자 친구랑 우리 관계 탓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도 있다. '남자 친구 때문에... 이 관계 때문에...' 내가 원치 않는 선택을 했다는 생각을 하고 싶지가 않았다. 어차피 인생이 선택과 책임의 연속이라면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싶었다.


나는 커리어와 남자 친구와 관계를 모두 쟁취할 수 있다는 오만함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장거리 연애가 시작됐다.






사진: Unsplashfreestocks





이전 03화 퇴사하겠다는 말을 전화로 해도 되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