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로 만난 인연도 인연인가요?
인사팀에 퇴사 의사를 전하고 나서, 많은 전화를 받았다. 인사팀에서 한 번, 팀 리더로부터 한 번, 또 다른 팀 리더로부터 한 번. 전화를 받을 때마다 나는 명료하게 내 퇴사 의사를 밝혀야 했다.
간혹, 연봉 협상 등을 위해서 퇴사 의사를 넌지시 밝히라는 인터넷 글을 본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런 전략을 쓰지는 못하는 사람이다. 퇴사를 밝힌 순간에는 정말로 마음을 굳힌 경우다. 나는 퇴사를 다시 생각해 보라는 전화를 받고, 감사함을 느꼈지만 모두 정중하게 거절했다.
해외에서 근무할 때 퇴사를 준비하는 건 퇴사만 준비하는 게 아니었다. 나는 귀국까지 계획했기 때문에 다시 베트남에 오지 않는 이상, 베트남에서 만난 사람들과 다시 보기 힘든 상황이었다. 나는 알고 지냈던 사람들에게 귀국 계획을 말했다.
'퇴사 인사드립니다'
고객사에 퇴사를 알리는 이메일을 적어 내려갔다. 간결하게 퇴사일과 그동안 감사했다는 인사를 적었다. 내 개인 이메일을 참조에 넣었고, 메일을 발송했다.
"수고 많았습니다."
놀랐다. 생각보다 많은 답장을 받았다. 몇몇 분은 한국에 돌아가기 전에 기회가 된다면 저녁 식사를 하자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왔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나는 클라이언트가 매우 어려웠는데, 한국에 돌아가기 전에 일부러 시간을 내서 얼굴을 한 번 보자는 인연이 꽤 있다는 것에 뭉클한 감정을 느꼈다.
'일로 만난 인연도 인연이구나'
퇴사를 하고 나서 몇 주간은 이것저것 정리하는 시간을 보냈다. 은행 계좌도 닫고 렌트 계약도 정리했다. 그 와중에 베트남의 락다운 지침이 완화돼서 저녁 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꽤 마음이 편한 자리였다. 나는 이제 가는 사람이라는 것이 어려운 클라이언트와 자리의 부담감에서 해방시켜 주었다.
"한국에 돌아간다는 데 밥 한 끼는 먹고 가야지."
한국인에게 '밥'이란 어떤 의미일까. 나는 이제 곧 헤어질 사람이고, 일적으로 보면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인데, 굳이 챙겨서 밥을 먹이려는 건 어떤 마음일까. 몇 번의 저녁 식사를 하고 꽤 많은 응원을 받으면서, 베트남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그렇게 나는 인연이었던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사진: Unsplash의Łukasz Raw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