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에 퇴사하기
최악의 이별은 카톡이별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얼굴을 보고 헤어짐을 말하는 것이 예의라는 의식이 강하다. 퇴사도 이별과 비슷하다. 그렇지만, 나는 퇴사 의사를 밝히기 위해 전화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베트남의 락다운이 언제 완화될지 몰랐고, 언제 회사에서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말할 수 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전화를 걸기에 앞서 심호흡을 크게 했다. 아주 어렸을 때, 학생인 시절부터 나의 이야기를 하는 걸 잘하지 못했다. 나를 대변해야 하는 순간에는 감정이 울컥해서 눈물부터 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나는 전화로 퇴사하겠다고 말하면서 또 눈물이 날까 봐 두려웠다.
그래도, 몇 년의 홀로 서기 외국 생활에서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나는 내가 살뜰히 챙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한국인 상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 퇴사를 생각하고 있어요. 인사팀에 말하기 전에 미리 말씀드리고 싶어서요."
이런저런 안부 인사를 하고 나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눈물이 나지는 않았지만 내 목소리는 조금 떨렸다. 다행히, 한국인 상사는 아마 내가 전화를 걸었을 때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내가 연락을 자주 하는 직원은 아니었고, 전화를 한다면 분명히 큰 결정이 있었을 거라 예상한 모양이었다.
나는 내 건강 상황을 주저리주저리 설명했다. 그리고 내가 어떤 커리어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왜 퇴사를 결정했는지 하나하나 다 말했다. 누군가는 퇴사할 때 그 이유를 '개인 사정'이라고 설명하면 충분하다고 인터넷에 써 놓았다. 나도 그럴까, 하고 고민했었다. 하지만, 내 사정을 상세하게, 물어보지 않을 것까지 다 말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도 같은 팀에 있던 사람인데, 내가 왜 떠나는지는 알려줘야지.'
뭐랄까, 내가 그런 사람이라서 그렇다. 나는 나랑 함께 일하던 사람이 떠난다면 '개인 사정'이에요,라는 말보다 주저리주저리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듣고 싶었다. 왜 퇴사를 결정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궁금할 것 같았다.
한참을 내 상황을 말하고 나자 상사는 잠깐의 침묵하고 나서 대답했다.
"잘 생각했어요. 나도 앞으로 생각하면 한국에 돌아가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어디서든 잘할 수 있을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오히려, 예상 밖의 응원까지 받았다. 이때, 조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퇴사 일정을 조율하고, 전화를 끊고 나서 여전히 나가지 못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 날은 호치민의 하늘에는 구름이 조금 껴있던 걸로 기억한다.
전화를 끊고 한동안 마음을 진정시킨 후에 노트북 앞에 앉았다.
'Dear, Mr. …'
나는 퇴사 통지 메일을 작성해갔다. 간결하게 메일을 작성하고 발송 버튼을 눌렀다. 곧 있으면 인사팀의 메시지가 와서 전화 일정을 잡겠지, 앞으로 상황을 예상하고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이제, 한 가지 일이 남았다. 남자친구에게 퇴사 의사를 밝히는 메일을 보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