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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저 Jan 17. 2023

퇴사할 이유, 퇴사 안 할 이유

지금 얻는 것을 포기할 정도로 퇴사하고 싶은가?

퇴사를 결심했을 때, 내 마음은 설렜던가, 담담했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기억에 나는 건 내가 수첩을 펼쳐 들고 퇴사할 이유와 퇴사하지 않을 이유를 적어 내려갔던 것이다. 


퇴사할 이유는 명확했다. 건강상 이유. 아프다면 한국에서 아프고 싶었고 문제가 생긴다면 한국에서 겪고 싶었다. 


게다가 당시 베트남은 정말 고강도의 락다운을 펼치고 있었다. 장을 보러 나가지도 못했고, 마트에 가지 못해서 정말 먹을 음식이 부족했던 며칠이 있기도 했다. 그때는 매일 냉장고를 열어보고 음식을 계산하면서 통조림 햄을 먹었을 정도였다. 


퇴사할 이유를 빼곡히 써 내려간 내 수첩엔 대부분 외부적인 요인이 쓰여있었다. 건강상의 이유, 고강도의 락다운 등등. 여기에 커리어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과 다른 산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동기까지 더해지자 퇴사할 이유가 남을 이유보다 많아졌다. 


회사에 남을 이유를 써 내려가며 느낀 것은 내가 이 회사 자체를 좋아했다는 것이었다.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 회사에서 배운 경험은 내 나이의 내 경력으로 쉽게 할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이 많았다. 차라리 볼장 다 보고 미워서 떠난다면 마음이 편하겠지만, 이 회사에서 나름 만족하며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퇴사 결정이 더 어려웠다. 


'내가 회사에 남으면서 누릴 것을 포기할 정도로 퇴사하는 것이 나은가?'


이 부분을 가장 고심 들여서 생각했다. 지금 얻는 것을 포기할 정도로 퇴사 후에 내가 얻을 것이 많은가? 알 수 없는 질문이었다. 아직 다음 회사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랬다. 게다가 두려운 것도 많았다. 


'다시 구직할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다시 구직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두려웠다. 이력서를 고치고, 면접을 보고,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는 모든 행위는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었다. 


'내 나이가 20대 후반이고, 곧 있으면 30인데'


자꾸 변명거리를 찾기도 했다. 이 회사에 남아 있으면 분명히 편할 것이었다. 이제 신입이라기엔 나이가 많고, 해외 경력이 한국에서 인정이 될까 하는 걱정도 많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 나이가 많다면 내년에는 더 늦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도전해 보자'


이런 마음으로 퇴사를 결심했다. 퇴사를 결심할 때는 누가 뭐라고 해도 퇴사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퇴사는 이별 같아서 내가 헤어지고 싶어도 상대가 잡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이럴 때 흔들리지 않게, 마음을 단단히 먹자고 결심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한국인 상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진: UnsplashMarcos Paulo Pr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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