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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달수씨 May 15. 2023

천하제일 암퀴즈왕 선발대회(2)

커밍아웃 또는 암밍아웃 #2-2

“인생을 살면서 슬픈 이야기를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를 고를 수 있고, 우리는 우스운 방법을 골랐다.” - 소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중


...전편 <천하제일 암퀴즈왕 선발대회(1)>에서 이어짐


이제 두 번째 파트로 넘어갈 시간이다. 바로 ‘엄마의 유방암, 도대체 어떤 놈이길래' 코너다. 난생처음 보는 용어들, 알쏭달쏭한 보기들로 가득 채워졌다. 난이도가 꽤 높지만 맞추기만 한다면 짭짤한 상금도 거둘 수 있다. 건투를 빈다!



Part II. 엄마의 유방암, 도대체 어떤 놈이길래?


1. 엄마에겐 왜 유방암이 생겼을까요? 

아 서터레스...@게티이미지


  1) OO(첫째)가 공부 안 해서 스트레스받아서

  2) ㅁㅁ(둘째)가 땡깡 부려서 스트레스받아서

  3)△△(남편)이 말 안 들어서 스트레스받아서  

  4) 회사 일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받아서

  5) 유전 때문에

  6) 운이 나빠서


첫 문제부터 난제다. 온 가족이 동공지진을 일으킨다. 보기 1)~4)가 사실이 아닌 건 아니지만, 답은 한 개뿐이다. 만약 보기에 ‘전부 다(all above)’라는 항목이 있었다면 더 헷갈릴까 봐 일부러 뺐다. 답은 6) 번. 혹시 모를 자책감, 죄책감을 덜어주려는 목적의 문항이었다. 



2. 엄마의 암은 어디에 있을까요?   

Breast cancer awareness month 3d illustration@hammadalikhn


   1) 왼쪽 가슴 

   2) 오른쪽 가슴

   3) 양쪽 다

   4) 양쪽 다 + 겨드랑이 림프절까지 전이


정답은 1) 번 왼쪽 가슴. 

태생적으로 왼손잡이라서 그런지 유난히 신체 왼쪽에 사건 사고가 많이 생기는 편이다. (어렸을 때 억지로 교정당한 케이스로, 이제 대부분 오른손을 사용하지만 아직도 힘쓰는 건 왼손이 더 편하다. ) 

초등학생 때는 왼쪽 셋째 발가락이 골절된 적이 있고, 중학생 때는 왼쪽 셋째 손가락이 찢어졌었다. 대학생 때는 왼쪽 엄지발톱이 빠졌고, 회사 입사하자마자 불의의 사고로 왼쪽 장딴지를 20 바늘이나 꿰맨 적도 있다. 유방암도 왼쪽 가슴에 발생했고, 항암 부작용인 부종도 왼쪽 다리가, 시력저하도 왼쪽 눈이 더 심했다. 



3. 엄마 암의 사이즈는?

3cm짜리는 대충 이렇게 생겼다 @차움건진센터 홈페이지


이번 문제는 주관식으로, 오답률이 가장 높았다. 

왼쪽 가슴에 위치한 암 덩어리는 2개로 정답은 각각 3센티, 1센티 길이다.



4. 엄마 암의 종류는?

1) 호르몬양성

2) 허투(HER2) 양성

3) 삼중양성

4) 삼중음성


유방암이라고 다 같지 않다. 호르몬 수용체, HER2(허투)라는 단백질 수용체 발현 정도에 따라 호르몬양성, 허투양성, 삼중양성, 삼중음성으로 나뉘고 치료 방법도 달라진다. 나의 경우 공격성이 매우 높은 허투양성 유방암이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약 20%가 허투 양성이라고 한다. 정답은 2).


5. 엄마가 현재 받고 있는 치료는?

유방암 치료법@한국유방건강재단


정답을 ‘전부 고르라’는 약간 까다로운 문제였다. 보기로는 수술적 치료, 방사선 치료, 내분비요법, 항암화악요법, 표적치료, 그 외 약제가 제시되었다.


암 치료법은 크게 수술-약물(항암제)-방사선이 표준치료법으로 구성된다. 수술로 종양을 들어내고, 항암으로 잔존 암세포를 죽이며, 방사선으로 병변을 다시 한번 조사(照射)함으로써 꺼진 불도 다시 보는 과정을 거친다. 보통은 이 세 가지 치료과정을 모두 거치지만, 여기서 출제자의 의도를 잘 파악해야 한다. ‘현재’에 주목하지 못한 오답이 대거 발생했다. 나는 수술 보다 항암치료를 먼저 시작했다. 따라서 정답은 항암화학요법과 표적치료 두 개. 



6. 엄마가 맞고 있는 주사의 개수는?

왼쪽에서부터 허셉틴(H) 퍼제타(P) 도세탁셀(T) 카보플라틴(C)


  1) 1개

  2) 2개

  3) 3개

  4) 4개

  5) 5개


4, 5번 문제와 이어지는 문제다. 

허투(HER2) 양성 유방암은 공격성이 강하고 성장이 빠르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재발도 잦고 전이도 많아 과거에는 예후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허셉틴'을 필두로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있는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표적치료제의 개발로 치료가 용이해졌다. 그러나 표적항암제는 단독으로 사용할 수 없고, 세포독성항암제를 함께 써야 한다. 

정답은 4)번. 허셉틴(H)+퍼제타(P) 조합의 표적치료제 둘, 도세탁셀(T)+카보플라틴(C) 조합의 세포독성항암제 둘, 총 4개의 항암제(HPTC)를 함께 맞는다. 주사 맞는 시간만 대여섯 시간이 훌쩍 넘어간다. 



7. 엄마는 수술 전 총 몇 번의 주사를 맞게 될까요?


정답은 6회. 

허투 양성 선행항암은 보통 6회에 걸쳐 진행된다. 수술 후에도 추가로 12번의 표적항암주사를 더 맞는다. 


8. 항암주사는 얼마 만에 한 번씩 맞을까요?

항암 주기 @항암등대


  1) 보름 

  2) 3주

  3) 1달

  4) 3달


정답은 3주. 

항암으로 인해 온갖 부작용에 시달리다가 겨우 회복하는 주기가 약 21일, 3주다. 면역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2주 차 전후로는 가족들의 각별한 배려가 더욱더 필요하다.



9. 항암치료 부작용은? 부작용 중 엄마가 겪은/겪을 부작용은?

이 외에도 백 개는 더 추가할 수 있다 @국립암센터


쉽지만 어려운 문제다. 역대 최대 보기가 제시되었다.

1) 오심/구토 2) 근육통 3) 두드러기 4) 탈모 5) 귀차니즘  6) 설사/변비 7) 구내염 8) 오한/발열 9) 손톱질환 10) 심장/신장기능 이상 11) 두통 … 겨우 1차 항암이 끝났을 때  퀴즈 시간을 가졌었는데, 항암을 모두 마친 지금, 보기는 백 개도 더 추가할 수 있다.  

답은 전부 다.



11. 엄마가 열(38도 이상)이 나면 해야 할 일은?


38도 이상을 고열이라고 판단한다 @게티이미지



  1) 찬물로 씻는다

  2) 해열제를 먹는다 

  3) 응급실에 간다 

  4) 얼음물을 마신다.


고열이 발생한다는 건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이 됐다는 의미인데,  항암시에 면역력은 말 그대로 바닥을 친다. 몸이 바이러스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말이다. 병원에서도 혹시 열이 난다면 집에서 대충 견디지 말고 응급실에 가야 한다고 몇 번을 당부했다. 다행히 항암 기간 동안 (코로나에 걸렸을 때도!) 고열은 없었다.



12. 다음 중 항암 중인 환자가 피해야 할 음식은?



나랑 같이 먹쟝 @더쿠 펭수 카테고리


보기 중 2개를 고르는 문제다. 보기로 나온 떡, 돼지고기, 홍삼즙, 붕어빵, 아이스크림, 생선회, 커피, 마라탕, 햄버거 중 정답은 홍삼즙과 생선회. 

간 해독력과 면역력과 떨어지므로 생선회는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해서, 각종 ‘즙’ 종류는 간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자제하라고 설명을 들었다. 이들을 제외하고는 골고루 잘 먹는 게 가장 좋다.



13. 엄마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면 해야 할 적절한 행동은?

이말년 만화에 웃고 울지는 몰랐지...


1) 대머리라고 놀린다 

2) 슬퍼서 운다 

3) 가발 써보겠다고 떼를 부린다 

4) 토닥토닥 위로해 준다


정답은 뻔하게도 4번이지만, 1,3번도 배제할 수 없었다. 1차 항암을 마치고 정확히 14일째 되는 날, 머리카락은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견딜 자신이 없어 16일째 되던 날엔 그냥 박박 밀어버려 대머리가 됐다. 



14. 엄마 머리가 다시 나기 시작하는 시점은?


잔디인형이 부러울 줄이야 @스머프잔디인형

1) 한 번 빠졌으니 다시는 나지 않는다.

2) 마지막 항암주사 직후

3) 마지막 항암주사 1개월 후

4) 마지막 항암주사 2개월 후 

5) 마지막 항암주사 3개월 후 


한번 빠졌으니 다시는 머리카락이 나지 않는다는 무시무시한 보기를 포함해 마지막 항암 후 각각 1, 2, 3개월 후라는 보기들이 주어졌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 마지막 항암 후 정확히 2개월 만에 보송보송 솜털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15. 대머리도 정수리 냄새가 난다?


킁킁 @JTBC <신화방송>


정답은 예. 매우 예. 

민망하지만 사실인 걸. 덮어줄 머리카락이 없으니 냄새가 더 많이 나는 느낌이다. 대머리도 머리 감기를 소홀이 해선 안 되겠다. 



16. 암환자로서 올바른 생활습관이 아닌 것은??



  1) 암 진단 전과 똑같이 활동한다

  2) 아무거나 잘 먹는다

  3) 매일매일 운동한다

  4) 감염 위험이 있으니 되도록이면 이불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5) 배달 알바를 하며 가계에 도움이 된다


의외로 헷갈리는 질문이었다. 정답은 4) 번. 

보기 5) 번에 대해서는 추후 이야기를 풀어가도록 하겠다.



17. 암환자 가족으로서 올바른 생활습관은?

다 놀았으면 할 일을 하자@최고심 트위터


1) 자기 할 일을 알아서 잘한다

2) 밥을 잘 먹는다

3)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손을 잘 씻는다

4) 싫은 거 할 때는 고개를 1시 방향으로 삐딱하게 꺾으면서 다닌다

5) 옷을 아무 데나 벗어놓는다

6) 뒷정리를 잘해 놓는다  

7) 10시쯤에는 잘 준비를 한다

8) 공부하기 싫다고 욕을 한다


정답은 1), 2), 3), 6), 7). 

첫 번째 문제와 마찬가지로 마지막 문제가 출제되자 참여자들의 동공에 강도 7 수준의 강한 지진이 일어났다. 왠지 양심이 찔리는 모양인가 보다. '올바른 생활습관'의 실행 여부와는 별개로 문제는 잘 풀어주었다. 




약 한 시간에 걸친 퀴즈 시간이 끝이 났다. 참여자 모두 목청이 터져나가도록 구호를 외쳤고, 오답처리에 아쉬운 탄식을 질렀다. 둘째에게 답변 기회를 더 주자 흥분한 첫째가 "이건 공정하지 못해!!"라고 울부짖으며 시합장을 뛰쳐나가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글 제목이 무색하게 누가 '암퀴즈왕'이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자칫 우울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재치(와 돈으)로 재밌게 풀어보겠다는 소기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것 같다. 비록 내 지갑은 얇아졌지만 모두들 두둑이 상금 걷어갔으니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어느 정도 유방암에 대해 이해를 한 아이들은 내가 치료를 받는 동안 평소와 똑같이, 오히려 내가 다 섭섭할 정도로 밝게 지내주었다.


함께 견뎌주어 고맙다, 우리 딸들.  




*커버사진 : KBS 퀴즈프로그램 <1대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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