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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새월 May 26. 2024

꽃밭


쨍쨍한 햇빛 아래

총천연색들이 나뒹군다


광택 나는 빨간색

고춧가루를 연상한다

피가 아니어서 다행이구나


어리벙벙한 파란색

열대 바다 물고기 비늘마냥

결이 살아있구나


지고지순한 초록색

불변할 것 같다는 생각

생각에 그치지 않는구나


우중충한 남색

막 딴 블루베리처럼

사실은 달콤하구나


통통 튀는 주황색

건강한 사막의 한 줌 같구나

거기는 살 만하겠구나


동 떨어진 보라색

어느 성운의 끄트머리

언젠간 만날 수 있겠구나


노려보듯 명확한 노란색

널 보면 뭘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그것도 다 나를 위한 것이겠구나


너는 혼자구나?


너는 어두운 갈색을 부득불 표백한 것 같구나

너는 원래 색을 연신 내어 버린 것 같구나

너만 죽음을 연상 짓는구나


시들어 부서지고 있는 꽃아!


옆에 친구들을 본받아야지!

너만 재활용이 안 되잖니


다른 친구들이 수십 년 수백 년 자리를 지킬 때

너 혼자 조용히 사라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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