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새월 May 26. 2024

망각


기억나지 않는다!


저게 뭐냐

삼색 불이 차례로 명멸하는데

저게 뭐길래 모두들 휘둘리는 거냐


왜 한숨을 내뱉느냐

가고 싶은 길이면 당장 걸어라

숨 가쁘면 당장 멈춰라

내가 못 듣는 호각 소리라도 나오는 거냐

불쾌하게 떨리는 음이 그대들을 결정한데냐


저게 뭐냐

뭐를 기다리길래 저렇게 줄을 지어 서 있는 거냐

받아야 할 것이 있는가, 받지 못한 것이 있는가

만나고 싶은 이가 있는가,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것인가


그러다 차례로 시끄러운 창고에 들어가 사라지는구나

창고 채로 어디론가 가버리는구나

혼자서는 어디도 가지 못하는 거냐

그만큼 혼자인 것이 두려운 거냐

이윽고 혼자가 되려고 흔들거리며 안으로 오르는 거냐


저건 또 뭐냐


저곳이 뭐 하는 곳이길래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이냐

왜 너희들은 그리 불편하게 서서 뛰고 목청을 혹사하느냐

혼자 조명을 받는 한 작자는 누구냐

왜 그만 따돌리느냐


이렇게 많은 이들이 모여 있는데, 한 명 더 낀다고 달라지는가

저 자가 그렇게 미운 거냐

그래서 한 마음 한 뜻으로 그에게 소리를 던지는 건가

고독한 자의 표정이 밝은 것은 체념의 말로인가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기억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나는 이곳을 떠나야 하는 존재인가

이미 떠나온 것인가





이전 14화 모래 그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