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방울이 되고 싶다
누가 감히 마실 수 있겠는가
누가 감히 잠을 물리치려 하겠는가
누가 감히 밤을 거스르려 하겠는가
차라리 나를 엄지로 스윽 밀어버리고
사라진 것처럼 넓게 퍼진 나를 혀로 훑고서
다시 미궁 속으로 들어가는 게 더 낫겠다
그러면 잠을 물리쳐 밤을 거스를 수 있겠지
적어도 나의 잠과 밤은 사라지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커피 한 잔
커피 한 통
커피나무 한 그루가 되어도 좋다
내 잠과 밤은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으니
혼자서 눈물 한 방울이 되는 것보단
여러 눈물을 뽑으며 사라지는 게 낫겠지
영원한 갈색 한 움큼이 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