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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새월 May 26. 2024

빈 술잔


한 번에 들이켜라

채우기 쉽게


지금 보이는 얼굴들의 더 앳되었던 표정들

목덜미에서 그친 그녀에게 건네려던 마음

여러 계절 후에 입을 옷의 반사광

마지막일 수도 있는, 취기로 누렇게 뜬 눈매


기억나지 않는 부모님과의 잡담

결국 터져버린 세 치 혀로 그어버린 상처

어두운 방 한 편의 거울

출퇴근 길, 서성거리는 분침

있을 리 없는 인생의 나침반

이 순간 늘어나는, 피땀을 담고 있는 동그라미까지


술잔을 비운 우리가 채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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