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쿨한 사람이야라는 거짓말
나는 괜찮다는 거짓말, 나는 쿨한 사람이야
매일 출근길, 나는 늘 멈춰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같은 자리, 같은 사람들, 같은 업무. 달라질 것 하나 없는 회사 생활 속에서 내 인생도 함께 멈춘 듯하다.
때로는 노력을 해보며 달라질까 싶었다. 남자도 만나보고 새로운 삶의 패턴을 위해 운동도 시작해 보며 나의 삶을 개척하고자 부단히 도 노력했다. 하지만 결과론 적으로 잘 되지 않았다. 늘 계속되는 실패에 이제는 나는 내가 과연 잘 될 것인가 하는 의구 심마저 들었다. 정말 허무하다.
회사에서는 성실히 해도 인정받지 못하고,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나는 때로는 고객들과 싸우면서 한건이라도 하기 위해 때로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도 경쟁이 붙는 상황인데도 회사에서는 나 보다 허드렛일 하는 직원들을 더 신경 쓴다. 정말 아이러니하다. 나는 회사에 직접적인 이익을 가져다주는 매우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인데도 인정받지 못하니 너무나 허무하다. 그래서 때로는 동료 중 한 명이 새로운 업무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안할 때면, 피식 대거나 비아냥 거리기만 한다. 왜냐하면 이 망할 회사에선 어차피 안될 텐데... 그런 생각이 늘 내 머릿속에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제자리이지만,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눈은 늘 반짝인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다른 세계 사람처럼 보인다.
때로는 나도 젊음을 붙잡고 싶다. 펑퍼짐한 옷과 큰 헤드셋으로 뱃살과 얼굴을 가리고, 지하철 인파 속에서 20대처럼 보이고 싶다. 올해 마흔다섯이지만, 여전히 젊은 사람으로 오인받고 싶어 한다. "어머 20대인 줄 알았어요" 씨발 빈말이라도 듣고 싶다. 그러나 회사로 돌아오기면 하면 보이는 내 옆자리 동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품위 있고, 고객과의 대화에서도 나와는 다른 레벨을 보여준다. 그저 부럽고, 그래서 더 싫다.
내가 이렇게 배배 꼬여버린 건 돈 때문이다. 내가 회사에 다니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인데, 번 돈을 제대로 굴리지 못했다. 나는 20여 년 가까이 회사에서 힘들게 번 돈을 가족들에게 투자했다. 첫 단추부터가 잘못된 재테크였다. 나는 그들에게서 인정받으려 했다. 어찌 보면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한 공허함을 가족에게서 채우고자 했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가족들은 점점 지속적으로 나의 돈을 바랐다. 나의 안위보다 다음 달 내 월급통장을 더 궁금해했다. 결국 나는 내 월급 통장마저 가족들에게 헌정 함으로써 그들에게 겨우 박수갈채 정도만을 받았다. 그리고 그 뒤로 나는 점점 더 스스로 메말라 가고 있었다.
서울에서 20년을 직장 생활하면서 결혼도 안 한 나에게 있어 제대로 된 연애도 쉽지 않았다. 나에게 조금이라도 호의가 있던 남자들은 그나마 내가 모아둔 돈에 더 관심이 많았고, 또는 나만을 좋아해 주었던 사람은 내 가족이 극구 나서서 말렸다. 난 그때만 해도 우리 가족이 날 위해 그런 줄 알았다. 유일한 돈줄이라 그렀던 것이었다. 이렇게 세월이 흘러 나도 45세가 되고 말았다. 20여 년 가까지 회사를 다니면서 여태,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한 현실은 나를 더 초라하게 만든다. 서울 자가에 나와 비슷한 동급의 다른 그녀들과의 나의 삶의 괴리는 매우 큰 상실감과 박탈감을 선사했다. 그런 그녀들을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그 정도면 놀아도 되겠다”라고 중얼거렸지만, 이내 곧 초라한 망상임을 깨닫는다.
그래서 나는 회사에서 가면을 쓴다. 후배의 건수를 졸렬하게 빼앗아도, 며칠 뒤 웃으며 말을 건네는 나는 ‘쿨한 사람’인 척한다. 하지만 진짜 나는 쿨하지 않다. 보어아웃 속에서 자존감은 무너지고, 나는 스스로에게 “괜찮다”는 거짓말을 반복하며 하루를 버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