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팀장의 고해성사
박팀장은 오늘도 출근을 힘겹게 한다. 박팀장이 자리하고 앉아 있는 사무실 한가운데 박팀장 휘하 일렬종대로 앉아 있는 날 선 까마귀 떼들과 또 한바탕 붙으러 오늘도 출근과 동시 전쟁인 것이다.
출근하자마자, 까마귀 3이 대뜸 공격적인 질문을 한다.
"팀장님 어제 추진했던 계약건이요..... " 까마귀 3이 나에게 아침 출근 댓바람부터 달려와서 자리에서 조잘조잘 떠들 때에는 이미 사건이 일어난 상황이고 날 더러 양해(?)를 해달라는 건데 그 양해의 내용을 들어보면 까마귀 3이 업무 진행 할 때 놓쳤던 미스(실수)를 공식화하며 마치, 그 상황은 나로 인해 어쩔 수 없었다는 제스처로서 양해를 구하는 것이다. 뭐 한마디로
'어 너 때문에 일 서두르다 좇댓어 쏘리?' 이런 거지..
이걸 내가 그대로 받아들이면 오롯이 내 책임. 하지만 난 팀장이고 임원인데 그렇다고 감정적으로 대응할 수야 있나, 점잖게 힘 빼고 말한다.
"방법을 찾아봅시다"
그러면 까마귀 3은 힘없이 돌아서며 혼자 구시렁구시렁대겠지 그럼 또 대표 까마귀랑 경리부 까마귀들에게 또 달려가서 헐뜯겠지 그들 삼인방은 늘 그렇듯 누군가를 헐뜯고 저격해야 살아가는 좀비들이니까
다른 한편의 가엾은 비둘기들은 늘 까마귀들의 먹잇감이다. 내가 데리고 있는 팀원이라도 한쪽은 매파면 한쪽은 비둘기 파다. 성격도 업무 스타일도 너무나 확연하게 다른 그들. 그나마 비둘기파들은 업무 스타일이 피곤할 정도로 꼼꼼하다. 그 바람에 나랑 많이 부딪히긴 했다.
뭐 업무 할 때마다 '이거 주세요 저거 챙겨주세요 계약서는 어떻게 하겠습니다' 날 더러 지들 장단이 하나하나 맞추라는 거야 머야..
팀장인 나로서 좋아하는 팀원을 꼽으라면, 내 마음을 알아주는 팀원이다. 나는 어쩌다 보니 팀장일 뿐. 그저 내 마음 편하게 해 주고 업무를 맞춰갈 수 있는 팀원이 난 좋다. 사실 팀원들이 몰라서 그렇지 나도 꽤 힘들게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팀원들이 볼 때 난 그저 한량하게 담배나 피우러 나가고 허허 웃으면서 거래처랑 통화하고 팀원이 문의를 하면 "그래 한번 방법을 찾아봅시다 "라 던지는 내 위치가 꽤나 쉬워 보인다고 손가락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나는 그렇게 안 하면 이곳에서 버틸 수가 없다. 내가 열정 넘치게 일을 한다고 하면 날 견제하는 대표이사 라인은 과연 날 가만히 놔둘까?
이미 내 오른팔 하나를 잘라갈 뻔 한 사건이 있었던 뒤로 우리는 영원한 앙숙이 되었건만 내가 열정 넘치게 회사를 퐈이팅하게 다니면 과연 저들은 하루하루를 날 괴롭히지 않고는 못 버틸 것이다.
조선시대에 왕족을 견제하는 무리를 피해 힘이 있던 왕자들 조차 한량하게 살면서 그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해서랫다, 난 왕자까지는 아니지만 지금의 이 회사의 달콤한 꿀은 계속 빨고 싶은 건 매한가지인 마음이다. 관두고 떠나기엔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터, 나 로써도 내 열정을 저버리고 마음의 문을 닫고 팀원 앞에서 덤덤한 척 자리하는 거 역시 얼마나 고역인지 이건 나만이 아는 문제다.
까마귀 3은 특히나 날 괴롭힌다. 업무 스타일이 너무 허술한데 희한하게 계약 체결은 해낸다. 그러다가 한건이라도 딱 이슈가 생기면 완전 계약 도루묵 스타일. 업무 한 지는 25년 차나 되어가는 연차 치고는 정말 주먹구구식으로 무식하게 업무 하는 스타일이다. 사건만 터지면 자기는 어쩔 수 없는 옵션이었다며 하소연 메들리를 들어줘야 하는 이 괴로운 직업이 바로 팀장이란 위치다.
임원 회의는 어떠한가? 까마귀 3의 프렌즈들이 자리하는 와중에 회사업무에 안중에도 없는 마케팅부 그리고 툭하면 날 저격하는 대장 까마귀 대표이사까지.. 안건이랍시고 들고 나오는 건건 마다 ' 이런 것까지 회의로 결정해야 해?' 회의를 하면서도 회의감이 든다.
대장 까마귀가 힘이 없으니 그렇지만 그렇다고 또 전권을 주게 되면 어떤 방향으로 흐르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내가 몸담은 회사가 차라리 수직하강으로 직결되는 일반적인 회사였다면 차라리 능력껏 일하고 역량도 펼쳤을 거 같다. 하지만 지금의 회사는 다수 경영 체제하에서 누구 하나 튀는 걸 용납 못하고 매번 임원들의 감시와 험담의 폐해 까지도 감내해야 지켜낼 수 있는 자리인 것이다.
이런 곳에서는 좋은 아이디어도 하등 소용이 없다. 그저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남들 모르게 그러면서 자기 자리 수준에 맞는 업무만 티 나지 않게 하면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튀는 내 새끼들도 있는데 어쩌랴.... 내가 그 새끼들 보호하려다 나도 찍힐지도 모르는데 할 수 없이 희생양으로 둘 수밖에
그래서 난 대장까마귀 눈에 난 직원들과는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그게 그 친구에겐 최대의 선일 것이다. 외롭긴 해도 그래야 대장까마귀가 더 이상 손을 안 쓸 테니.. 그렇다고 나의 이런 마음 씀씀이를 누가 알아주랴..
직원들 하나하나 살뜰히 안 챙긴다는 험담에 업무 관련 질문하면 나이브하게 대응한다며 나는 한량한 임원으로 어느덧 포장되어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그렇지 사실 나도 할 말은 많다.
까마귀 3이나 다른 비둘기들이 가끔 업무 관련 질문을 한다. 근데 맥락 없이 자기가 원하는 질문을 떡하니 해놓고 날더러 결정을 하라는 식의 질문이다. 우리 일이 일반적이지 않다 보니 계약을 앞두고 매도수간의 대치 상황하 각자의 원하는 금액과 혹은 컨디션을 조율하기에는 다양한 옵션의 선택지가 나올 수 있는데 이 모든 걸 날 더러 " 딱" 찾아내서 심플하게 숫자만 알려달라는 거다, 그럼 자기가 계약 체결한다고. 하, 그따위로 일할 거 같으면 나도 하겠다. 당최가 계약을 염두에 두고 생각이란 걸 안 한다.
그러니 일은 나보고 다하고 저들은 편하게 전화나 받고 고객 통화나 하고 계약 금액만 말하겠다 통보하는 셈 아닌가?
하지만 그러한 팀원들의 마음 역시 나는 짐짓 알아채고 그저 점잖게 응수할 뿐이다.
"그래 찾아봅시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선의의 대화를 , 저들은 팀장이나 돼서 일을 안 한다고 몰아세우는 것이다. 팀장은 팀원의 백그라운드가 아니다. 팀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
하, 이쯤 되니 알고 싶어졌다. 나는 내가 회사 운이 좇도 없는 건지 내 능력이 부족한 건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