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겉껍질 뒤, 무너져가는 나의 현실
화려한 겉껍질 뒤, 무너져가는 나의 현실화려한 겉껍질 뒤, 무너져가는 나의 현실
순조로울 줄 알았던, 나의 결혼 정복기는 어느덧 막판을 향해 가고 있었다. 나름 멋을 내고 나간 자리에서도 하나 같이 여성으로부터 퇴짜를 받았다. 이유는 다양했다. "키가 작아서" "잘 맞지 않는 거 같다는" 대체 뭐가 안 맞는다는 건지, 대화가 안 통한단 이야기도 종종 들었다.
나는 내가 잘난 놈이라서 그래서 여성들과 대화가 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뭐 나 정도 되는 놈이 뭐가 부족해서 매달리나, 또 다른 여성 만나면 되지 그런 생각으로 나는 마지막 미팅을 대충 마무리했다. 서울 남산의 5성급 호텔 라운지에서 만난 내 마지막 미팅은 나의 자랑만 한껏 하고 나와버렸다. 뭐 어차피 잘 안될 거니까, 난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대충대충 입고 저녁도 챙겨 먹고 그리고 그 여성분과의 미칭에 30분이나 지각을 해도 나는 뭐 괜찮다 생각했다. 그렇게 하루를 대충 마무리한 난 시원한 맥주를 들이켜고 다음날 출근을 했다.
출근을 하니, 대표이사라는 놈이 일찍 와서는 문을 빼꼼 열고 느닷없이 말을 던진다.
"참 내가 말을 해준다는 게.. 스톡옵션 행사는 받은 날 기준 4년 뒤 행사예요"
뭐지, 갑자기 나한테 그런 말을 하는 저의가 뭐지? 나는 온갖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럼 나더러 스톡옵션 행사하려면 이 그지 같은 회사에서 4년을 더 몸담으란 말이야?
지금 우리 회사는 내년도 IPO를 앞두고 있었다. 대표이사 놈의 심기는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었고, 투자금의 성과는 전 같지 않았다. 그나마 올해 초에 목표 달성은 했지만 그다음이 문제였다. 점점 엄격해지는 상장심사를 피해 가기 위해 기술특례 상장이라는 우회법을 택했는데 문제는 우리 회사는 IT소프트웨어랑은 전혀 상관없는 회사라는 점이었다. 나는 내가 그 점을 피력했지만 대표이사는 막무가내였다. 관련 부서를 시켜서 일단 N** 같은 검색엔진에서 소프트웨어 it라 보이게끔 수정을 했고, 회사 홈페이지에도 IT플랫폼이라는 근사한 단어를 메인 페이지에 올리게끔 성의 있게 수정을 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니 기가 막혔다.
우리 회사의 신재생에너지 플랫폼 그리고 IT소프트웨어의 현주소는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톡옵션에 대한 부푼 꿈을 가졌었지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우리 회사의 그 "IT , 그리고 소프트웨어"라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실질적인 의미를 마주하게 될 일이 되었다.
나는 어차피 업무가 상장 관련 업무만 하는 거다 보니, 타 부서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딱히 관심 없었다. 그저 내 앞에 놓인 대로 서류대로만 일을 처리하다가, IT와 소프트웨어의 어떤 종류이길래 수익이 생각보다 적은 지 늘 궁금했다. 뭐 신생 회사라 그런가 보다 하기에는 올초 투자금 없었다면 적자인데도 불구하고 궁금했다.
그래서 나름 알아본 결과에 나는 현타가 왔다. 소프트웨어라는 게 다름 아닌 그냥 어플이었고, 플랫폼이라 근사하게 말한 건 그저 "N** 카페"였다. 거기를 통해서 태양광패널의 매입을 중개하고 이에 관리 감독이라는 명분으로 보험도 영업을 했다. 개인들로부터 자가발전하여 얻은 전기를 거래해 준다는 명목하 영업하는 회사. 이건 뭐 게임회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말도 안 되고, 그렇다고 IT라 하기에는 애매한 셈이다.
얼마 전, 티브이에서 지나간 프로에 나솔로인가 하는 프로에서 어떤 여성이 나와서 이랬다.
"전, 레저 컨설턴트를 하고 있어요" 알고 보니 민박집 프런트 직원이었다는 내가 알게 된 진실이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맥이 탁 풀려 버렸다. 내가 열심히 투자받으러 다닐 때 나는 그저 그럴듯한 영업부서의 사업계획서 그리고 그럴듯하게 작성된 재무제표를 나는 좀 더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설명을 해왔는데, 내가 우리 회사의 어두운 면을 미처 몰랐던 거 같았다. 그러니 회사의 생각은 기술특례 꼼수로 상장한 뒤, 대표이사는 회사를 팔아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데, 그런 그가 나에게 스톡옵션 행사 연한을 4년으로 제한했다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나더러 나락으로 가는 배에 마지막까지 있으라는 뜻이었다. 스톡옵션을 준 건 어쩌면 독이든 성배일지도, 이 회사에 주야장천 머물러 있기에는 나는 너무 아깝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 그 미래가 보이는데 도망가는 건 지능 순인 것이다.
나는 스톡옵션이 상장하는 날 따따상을 칠 거라는 즐거운 기대감에 처분하고 놀 생각이었는데 대표가 내 꿈에 찬물을 부어버린 격이다.
다시.... 또 이직의 구렁텅이에 빠져버렸다.
하, 나가려면 지금 이직해야 하는데, 여기 들어온 지 아제 겨우 2년 차.. 최소 3년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나는 또 나가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나가게 될 경우 약속받은 스톡옵션의 가치는 휴지조각이 된다. 적어도 나에게 50억대의 가치가 있는 스톡옵션인데.. 아깝게 되었다.
이젠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이렇게 열심히 살아왔는데, 대체 왜 남들만큼 회사에서 버틸 수 없는 걸까 나는 왜 평범한 인생이 어려운 걸까. 대학교 졸업하고 그냥 회사 다니면서 저축하고 편안하게 사는 게 왜 어려울까
나는 돌이켜 보면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다.
비록 오랜 회사생활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수입이 생길 땐 꼬박꼬박 피부과를 다니고 , 나의 소중한 피부를 위해 양산을 쓰고 다니며 아주 고상하게 내 피부를 정말 성실하게 관리를 해왔다. 그래서 또래치곤 젊은 편이란 말을 종종 들은 것은 그동안의 나의 고가의 선크림과 값비싼 피부 시술 덕이였다.
또한 내 찬란한 시절을 기념하기 위해 휴가 때 늘 해외여행을 갔다. 일을 하면서 지친 나를 셀프 위로하는 나는 정말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인생을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에게 주어진 삶은 겨우 이 정도의 삶인 것이다.
아 정말 이 어두운 무력감이 내 온몸을 급습한다. 나는 다시 또 지옥 같은 취업을 준비하여야 하고 또 다른 회사를 들어야 하는데, 벌써부터 골이 아파진다... 다시 또 학교로 돌아가자니 이젠 박사과정을 해야 하는데, 뒤로 숨을 곳도 더 이상 없다. 정말 무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