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돼지를 돼지런하게!
김다람은 이제 '회사 지옥'에서 모든 빌런을 길들이는 것을 넘어, 게으름의 정수를 보여주는 'MZ세대 꿀돼지 과장' 을 '일 잘러'로 만드는 기적을 꿈꾸게 되었다. 때는 김다람이 아직 부장으로 승진하기 전, 영업부 과장이던 시절이었다.
7월의 쨍쨍한 여름, 동물나라 주식회사는 여전히 한가로웠다. 저 멀리, 시커먼 프라이버시 필름을 장착한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는 꿀돼지 과장이 보였다. 양 모니터 사이로는 붉게 충혈된 불곰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여우는 꼬랑지를 흔들며 복사기 주변에서 A4 용지를 가지고 알짱거렸다. 동물나라 주식회사는 오늘도 '도서관 모드'로 힘찬 출발을 알렸다.
오늘도 여지없이 그는 아침부터 광클 쇼핑을 시작했다.
이 더운 여름, 영업부 다람쥐들은 깨알같이 도토리들을 모아 왔다. 다람쥐들의 도토리 매출은 장난 아니었다. 그런데 도토리는 자꾸 쌓여가는데, 그것들을 창고에 보관하거나 당장 먹을 수 있게 만들거나, 혹은 필요한 친구들에게 나눠주는 일을 동물나라 주식회사의 단 한 명, 바로 이 꿀돼지 과장이 하고 있었다.
꿀돼지 과장의 일은 매우 단순했다. 다람쥐들이 도토리를 가져오면 분류를 하고, 세금 내야 할 도토리와 아닌 것을 구분했다. 때로는 다람쥐들이 모아 온 도토리 중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도토리 계약서를 주는 아주 단순한 업무였다.
이렇게 일이 단순한 꿀돼지 과장도 일이 버겁다며 비서를 요청했고, 아기 강아지가 비서로 들어왔다. 일이 많은 불곰도 여우도 쓰지 못한 비서 말이다. 아기 강아지가 와서 하는 일은 더 단순했다. 하루 종일 복사기만 돌리다가 가는 것이었다.
어느 날, 한 다람쥐가 불만을 터뜨렸다. 도토리 세금을 너무 늦게 내서 내야 할 세금에 가산세가 붙어버린 것이다. 꿀돼지의 일 처리 방식이 문제였다. 매번 다람쥐들이 처리해야 할 도토리를 주고 가면, 꿀돼지는 처 놀다가 한 달 치를 모아서 한꺼번에 했던 것이다. 이렇게 일을 몰아서 하니 누락된 도토리들이 생기게 된 것이었다. 물론 이 모든 하자는 열심히 일만 한 영업부 다람쥐들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문제의 소지가 된 사건은 꿀돼지 과장이 제주도 여행 가는 바람에 그만 까먹은 것이었다. 이에 다람쥐가 열 받아서 따졌다. 그랬더니 꿀돼지 과장의 대답은 참으로 신박했다.
"연차 다녀와서 하려고 했죠. 아… 제가 날짜를 잘못 봤네요. 그럼 가산신고 해서 드리면 될까요? 꿀꿀!"
어머머, 이 뻔뻔함 무엇? 어안이 벙벙해진 다람쥐는 할 말을 잃었다.
김다람 과장은 꿀돼지 과장의 이런 행태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다. 그녀는 '엑스맨의 나이트크롤러'처럼 점심시간에만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꿀돼지를 보며 생각했다. '저렇게 빠른 놈이 일을 안 하는 건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라, 동기 부여의 문제다
1. '진실의 방'으로의 소환과 현실 직시
어느 날, 도토리 시장가가 출렁이는 데도 꿀돼지가 얄짤없이 한 달 치를 몰아서 처리하자, '사내 조련사'에게 부탁하여 잔소리를 부탁 했다.
"진실의 방으로!"
꿀돼지는 끽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엉거주춤 뱃살을 출렁이며 회의실로 끌려갔다. 조련사 이사님은 때로는 인자하지만 한 번 화가 나면 무서웠다. 꿀돼지는 아무 생각 없이 불려 갔다가 엄청 혼쭐이 났다. 그동안 다람쥐들이 미주알고주알 일러바쳤던 것이다.
2. '랜드로버 드림'을 '업무 목표'로 연결하기
꿀돼지는 28일 후, 조련사와의 회동을 가진 후 약간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이젠 매일매일 도토리를 관리하고 다람쥐들에게 제때제때 도토리 계약서도 줬다. 하지만 그의 여전히 놀고 싶어하는 욕망 그 너머에는 랜드로버 중고차 검색 사이트가 떠 있었다. 한가롭게 마우스로 이리저리 굴려가며 폭풍 검색하는, 정말 '돼지런'한 순간이었다.
김다람 과장은 꿀돼지의 랜드로버 드림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꿀돼지에게 다가가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꿀돼지 과장님! 랜드로버 멋지네요! 그런데 중고차 말고 새 차 사세요!"
꿀돼지가 화들짝 놀라 모니터를 껐다.
"아, 과장님! 아니, 그게…."
"과장님, 솔직히 말해서 과장님 일 처리 방식 때문에 영업부 다람쥐들이 불만이 많습니다. 과장님도 아시죠? 그런데 제가 과장님께 제안 하나 하죠. 과장님이 지금보다 일주일에 두 건만 더 빠르게 업무 처리하면, 영업부 매출이 최소 10% 이상 오를 겁니다."
꿀돼지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
"상관이 없다고요? 과장님, 우리 회사 인센티브 구조 아시죠? 영업부 매출이 오르면, 지원 부서인 과장님의 인센티브도 함께 오르는 구조입니다. 과장님은 '가산신고 해서 드리면 될까요?'라고 쉽게 말하지만, 그 가산세는 사실상 영업부의 피땀이고, 그게 과장님의 인센티브를 갉아먹는 겁니다!"
다람은 꿀돼지의 가장 예민한 부분, 즉 '돈'과 '인센티브'를 건드렸다.
"과장님이 지금처럼 일주일에 두 건만 더 빠르게 처리하고, 누락되는 도토리 계약서를 한 달에 한 건만 줄여도, 과장님의 인센티브가 지금보다 최소 20%는 더 오를 겁니다. 그럼 그 돈으로 랜드로버 중고차 말고 새 차를 뽑을 수 있습니다! 꿀돼지의 눈이 번뜩였다. 랜드로버 새 차? 인센티브 20%? "
그날 이후, 꿀돼지 과장은 랜드로버 새 차를 뽑겠다는 일념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여전히 오전 11시 55분이 되면 도시락을 향해 엑스맨 나이트크롤러처럼 사라졌고, 모니터에는 랜드로버 검색 창이 떠 있었지만, 이제 그의 업무 처리 속도는 놀랍도록 빨라졌다.
그는 더 이상 한 달 치를 몰아서 처리하지 않았다. 매일매일 도토리를 관리하고, 다람쥐들에게 제때제때 도토리 계약서를 줬다. 가산세는 현저히 줄었고, 누락되는 도토리 계약서는 거의 사라졌다. 아기 강아지 비서는 이제 복사 외에 다른 업무도 조금씩 시작했다.
물론 꿀돼지 과장은 여전히 완벽하지 않았다. 그는 '칼퇴'와 '워라밸'을 중시했지만, 이제 그 칼퇴와 워라밸은 '효율적인 업무 처리'라는 명분 아래 이루어졌다. 그는 더 이상
"연차 다녀와서 하려고 했죠"
같은 뻔뻔한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랜드로버 새 차 뽑으려면 좀 더 빨리해야 합니다, 꿀꿀!"
이라고 외치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몇 달 뒤, 꿀돼지 과장은 실제로 랜드로버 새 차를 계약했다. 그리고 그날, 영업부 회식에서 그는 영업부 다람쥐들에게 이렇게 외쳤다.
"다람쥐들아! 너희 덕분에 내가 랜드로버 뽑았다! 고맙다! 앞으로도 더 빨리 도토리 가져와! 그럼 내가 인센티브 더 많이 받아서 너희한테도 맛있는 거 사줄게! 꿀꿀!"
다람은 꿀돼지 과장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녀는 '일을 안 하는 MZ세대'를 탓하는 대신, 그들의 본성을 이해하고, 그들이 움직일 만한 강력한 '욕망'을 찾아내어 '업무 목표'와 연결시켰다. 꿀돼지는 여전히 꿀돼지였지만, 이제 그는 '일 잘하는' 꿀돼지였다.
김다람 과장은 그렇게 '회사 지옥'에서 또 한 명의 빌런을 '일 잘러'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녀의 '돼지런 훈육기'는 계속될 것이다. 다음번에는 어떤 MZ 사원을 '일 잘러'로 둔갑시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