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anitas Dec 19. 2019

본다는 것


본다는 것의 가장 어리석은 점은 홍채를 통해서만 본다는 것이다. 늦은 밤 잠자리를 뒤척이던 한 사람이 늦은 오후 일어나 거실 소파에 우두커니 앉아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나는 그 사람을 지켜본다. 그 사람은 일단 집 안의 바닥 위에 어질러진 세탁물 가지 수를 훑어본다. 그리고 시선은 베란다로 향한다. 시들어 축 늘어진 화분의 풀잎을 본다. 그리고 창 밖의 아파트 건물들을 본다. 나는 그 사람이 본 것만 말할 수 있다. 근데, 나는 딱 그것만 알 수 있다. 순간순간 그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어떤 생각과 감정 따위 볼 수 없다. 알 수 없다. 그러므로 함부로 시각에 관해 추측해서는 안된다. 자기만의 세계에 함몰되어서는 안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망각의 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