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현재를 저당 잡혀 사는 사람이 있다.
과거의 사람들과, 과거의 자신들과
영원히 끝나지 않을 무의미한 사투를 이어가며 사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 어리석은 이를 하나 알고 있다.
적막한 어둠이 흘러내린 방 안에 홀로 누워 애꿎은 천장을 바라보다 욕지거리를 하던 그는
시멘트 벽을 내리치며, 그것이 허물어지기를 원했건만
결국 부서지는 것은 자신의 손이라는 걸
생채기가 난 후에 알게 되었다.
그는 자신을 아픈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병든 자신을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한 번 내린 우울의 전조는 끊이지 않고 맹랑하게 이어졌다.
그는 유서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미 쌓여버린 그의 유서는 낡은 서랍 안에서 포화상태였다.
그것들은 그에게 빨리 죽으라 성화였다.
하지만 그는 죽기 위해 유서를 쓰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과거의 자신들을 한 명씩 죽여나가기 위해 유서를 쓰는 것이었다.
그는 현재를 살기 위해 유서를 쓰고 있다.
그 유서들은 쓸모없어 더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