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횡단보도에서 비둘기가 죽은 것을 보았다. 땅을 보고 걷는 습관이 이렇게 비극적인 순간을 맞닥뜨리게 할 줄이야. 원래의 생김새를 알 수 없을 정도의 모습이었다. 아마도, 차에 치여 죽은 모양새였다. 그 새는 횡단보도에서 자신이 죽을 줄 상상이나 하였을까? 저와 똑같이 생긴 날개 달린 것들이 하늘 대신 땅을 걷는 것을 보고, 아마도 새는 하늘에 머물기보다 땅에 머물기를 선택했으리라. 하늘에서 먹이를 찾지 않고, 땅에서 배를 채우는 일이 당연하다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날 횡단보도에서 죽은 새를 보고 나의 죽음을 상상했고, 나의 삶을 잠시간 회고했다. 나도 어쩌면 그 새가 아닐까. 자신의 모습을 모른 채, 나와 비슷하게 생긴 형상들의 꼴을 찾아, 닮아 살아가려 아득바득 애를 쓰며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보니 그 새와 별반 다를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