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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가 경영학자 Mar 17. 2023

추억 그리기

어느 가난한 유학생 이야기 5/5


Sports in Arts Series no.9 KBO Watercolor 40x30


2021/11/27


글을 쓰는 것, 특히 지난 일을 회상하는 글을 쓰는 것은 마치 그림을 그리는 것 같습니다. 단편적 기억의 물감으로 추억의 그림을 그리는 거죠. 때론 추억 그림의 윤곽이 드러나고 색깔이 입혀질 때면 지나간 시절에 대한 그리움에 가슴 뛰기도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추억 그림은 힘든 시절의 기억으로 그려집니다. 부족하고 외롭고 불안하던 시절,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부딪혀 보던 시절의 기억들이 대부분입니다. 도전해야 할 그 무엇도 없이 편안하게 보내던 날들의 기억은 추억 그림의 소재가 되지 못합니다.


제 추억 그림도 대부분 그렇습니다.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가정 출신으로 미국이라는 선진 부국의 명문대에 가서 잔뜩 주눅이 들어서 학위를 받아 보겠다고 가슴 졸이며 발버둥 치던 그 시절로 달려갑니다.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그때 그 어려움과 막막함이 감사하고 다행스럽게 생각됩니다. 그냥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었더라면 어떤 가슴 뛰는 추억의 그림도 그리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아래 사진은 제가 다녔던 UCLA 앞의 Westwood Boulevard의 1980년대 모습입니다. 제가 미국에 도착해서 처음 본 미국의 모습입니다. 지금 보니 참 한적하고 촌스럽기까지 한 거리인데 그때는 어찌나 화려하게 보였던지요. 두 번째 사진은 제가 가끔 갔던 Santa Monica 바닷가에 있던 Ocean Boulevard, 역시 1980년대 모습입니다. 비치에 놀러 갔던 기억은 없고 뭔가 벽에 부딪혔을 때 태평양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하며 돌파구를 생각하거나 바다 저편 고향 생각에 잠기기도 했던 기억을 되살려주는 사진입니다.


사진출처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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