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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가 경영학자 Mar 13. 2023

고백

어느 가난한 유학생 이야기 3/5

Royal Salute Series no.33 대한민국 해군 의장대 Watercolor 40x30


2021/7/3


거의 40년이 다된 얘기니까, 뭐... 제가 사실 가족 고생시키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돈에 눈이 멀어 법을 어겼던 일을 하나 털어놓겠습니다.


지난번 얘기에서 교포자녀 과외를 뛰었다고 했는데 과외 자리를 찾는 데는 미주 한국일보에 광고를 냈습니다. 전화가 한 통 왔는데 과외는 아니고 자기가 저의 집 근처 맥도널드로 올 테니 만나서 얘기하자고 했습니다.

제가 먼저 가서 기다리면서 창 너머 보니까 대형 BMW에서 보디빌더 몸에 검은 양복을 입은 동양인, 아니 한국인이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떡대에 검은 양복 아시죠? 오후 어중간한 시간이라 다른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나는 아니겠지 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갑자기 몸이 떨려서 인사를 어떻게 했는지 모른 채 마주 앉았습니다. 제 상상이 과도했는지 얘기해 보니 점잖은 분이셨습니다. 건축업을 해서 돈은 벌었는데 면허를 빌려서 하다 보니 안 되겠어서 면허(Contractor License)를 따는데 영어가 안되니까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새삼 영어과외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제가 시험공부를 해서 통역으로 따라 들어가서 시험 보고 합격하면 기술과 법규 두 과목, 과목당 1000불씩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기혼학생 아파트 월세가 300불이었는데 이 제안은 내가 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합법이냐 불법이냐 따질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저의 세대는 중학교 입시부터 시작해서 그 이후 쭉 입시로 단련된 세대라 실력 이상으로 시험을 잘 보는 기술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털어놓는 것 오래전 얘기니까 문제 삼지 않기를 부탁드립니다. ‘설마 이게 지난번 앞이 확 트인 일이냐’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제가 아무리 어려웠기로서니 이 정도로 그런 얘기를 했겠습니까?


오늘 책은 논픽션 전기인데 한때 장거리 육상 베를린 올림픽 메달리스트에서 이차대전 참전 시 일본에 전쟁포로가 되었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고 이후 술과 마약으로 완전히 망가졌다가 성령의 도움으로 회개하여 복음전도사가 되는... 새옹지마는 애들 장난거리도 안 되는 얘기입니다.


이 책을 오늘 또 들고 나온 이유는 얘기의 미국 쪽 주무대가 제가 미국에서 살던 데서 남쪽으로 25킬로 정도 떨어진 토랜스라는 곳인데 제가 과외를 뛰던, 말 그대로 뛰던 곳 중의 하나로 나름 추억을 가진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반 정도는 일본에서 전쟁포로로서 사선을 넘나드는 경험인데 일본사람들한테 오지게 당해서 일본인에 대한 분노와 증오, 불신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앤젤리나 졸리가 영화로 만들었는데 흥행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일본 내 누가 간여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화를 막아보기 위한 로비도 상당했나 봅니다. 영화에서 표현되는 잔학상은 책보다는 훨씬 부드러운 편입니다. 이로 인하여 앤젤리나 졸리는 일본에 입국 거부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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