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뮤뮤 Jun 24. 2024

다이소에서 픽 된 날


다이소에서 정리함을 고르고 있었다. 방을 정리하다 보니 작은 정리함 몇 개가 필요해서다. 매대를 기웃거리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톡톡 쳤다. 눈이 강아지처럼 동그란 사람이었다. 그녀 옆에는 사슴처럼 목이 긴 여자가 바짝 붙어 있었다. 내게 “너무 이뻐서요.”라고 말했다. 흔하게 듣던 말은 아닌지라, 특히 근 몇 년 간은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라 깜짝 놀랐다. ‘말을 건 이유가 너무 이뻐서인가?‘


“제가요?”

똥그랗게 뜬 눈으로 물었다.

“아, 아니요. “

두 여자가 동시에 손사래를 쳤다.

“들고 계신 가방이요. 어디서 사셨어요? “

“아…”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그럴 리가 없잖아!’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씨게 손사래를 칠 것까지는…


강아지 같은 얼굴의 여자도 민망 한지 얼굴이 붉어졌다.

“눈에 확 들어오시더라고요. 가볍고 편하고 너무 좋을 거 같아요.”

“진짜. 너무 이뻐. 방수도 될 거 같은데? “

옆의 사슴 목 여자도 거들었다. 갑자기 낯선 여자에 둘러싸여 시선집중을 받으니 내향형의 여자는 정신이 아득해진가.

”아, 이걸 어디서 샀더라. 인터넷에서 샀는데 기억이 안 나네요. “

핸드폰을 뒤적이는 동안 강아지와 사슴이 뚫어지게 같이 들여다본다. 내가 헛기침을 하자, 강아지 상의 여자가 말했다.

“아, 지금 저희는 볼 일이 있어 가봐야 하는데, 정보 찾으시면 연락 좀 부탁드릴게요. “

그러면서 자신의 번호를 알려주었다. 더불어 이름까지 말해준다. 그리고는 둘이 속닥거리며 다이소를 빠져나갔다.


핸드폰을 한참 뒤적거린 끝에 겨우 정보를 찾았다. 사이트 주소와 내가 산 가격, 할인쿠폰 정보까지 상세하게 적어서 찍어준 번호로 보냈다.

몇 분 뒤,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

”너무 감사합니다. 그런데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


감사하다는 인사로 되었는데, 이름은 왜… 개인정보에 아주 엄격한 사람은 아니지만 어쩐지 이름까지 알릴 필요는 없을 거 같아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 한 시간 뒤 그녀에게서 다시 문자가 왔다.

“제 이름은 알려드렸는데, 왜 이름을 안 알려주시나요? 성함을 알고 싶어요.”

아니 이건 무언가. 내가 그녀의 이름으로 뭔가를 할 거 같아서인가.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왜 그러시죠”라고 보내려다가 그만두었다.

그날 저녁, 또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다.

“성함 좀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뭘까, 뭘까. 왜 그러실까. 문자를 한참 들여다보았다.


대체 뭔 이유일까요?


-> 이 가방은 아닙니다만.

이전 07화 너에게 의리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