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의리란

[photo essay]

출장 가있는 남편이 보름 뒤에 휴가를 나올 예정입니다.

아이들에게 아빠 오면 뭐 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하네요.

“할아버지가 많이 아프신데 여행은 좀 그렇지.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 때는 아주 즐거운 일은 하지 않는     게 도리야. 음, 의리라고나 할까.”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8살 둘째가 저에게 묻습니다.

“엄마는 뭐 할 때가 즐거워? 우리랑 노는 거 말고.”

“책 읽거나 글 쓸 때 즐겁고, 산에 갈 때도 좋지.

  나혼산 볼 때도 재밌고.”

“그런데 엄마는 할아버지 아픈데 왜 그거 계속해?

  의리로 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니야?”

“아. 여행이랑 그거는 좀 다르지.

  (네가 하고 싶은 말이 그거였구나)”

“어떻게 다른데?”

 말문이 막힌 엄마는 이마를 긁적이다가 8살 눈높이에 맞는 말을 골라봅니다.

“여행은 너어~무 재밌으니까. 그러니까 너어~무 재밌는 거를 참는데 의미가 있는 거야. “

둘째는 저와는 달리 집요한 데가 있습니다.

”그럼 조금만 재밌는 거는 해도 되는 거야? “

이쯤에서 어미는 보다 근원적인 설명을 해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그게 아니고, 아픔을 같이 하려는 마음이 중요한 건데…”

엄마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미 안다는 듯, 아들은 말을 막고 또 묻습니다.

“그러니까 의리로 조금만 재밌는 것들은 해도 되냐고.

여행을 조금만 재밌게 가면 되지 않아?”

“하아…”

오늘도 초딩 아들에게 말린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