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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뮤 Jun 03. 2024

달을 보면 네가 생각나

[photo essay]


새하얀 구름에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유난히 아름다운 날이었습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옆에 한 청년의 전화내용이 들려옵니다.


“나야. 오늘 하늘 진짜 예쁘지? 하늘 보니까 네가 생각나서 전화했어.”

슬쩍 남자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레슬링선수 같은 투박한 얼굴에 수줍디 수줍은 미소가 맴돌고 있네요.


문득 소싯적 생각이 났습니다. 저도 “너 생각이 났다”는 전화 좀 받아봤거든요. 그런 전화는 꼭 밤에 걸려왔습니다.


“나야. 달보니까 너 생각이 나더라.”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백이면 백, 커다란 보름달이었습니다. 이십 대 중반이 넘도록 저는 동그란 얼굴에 볼살 빵빵, 정말 보름달 같았어요. 어린 나이에 꽤 스트레스였죠.

그래서인지 달콤해지기보다는  달덩이라고 놀리는 거 같아 약 오르던 마음이 앞서곤 했네요. 이제와 생각하니 귀여운 추억이고요.


핸드폰을 잡고 배시시 웃고 있는 청년처럼 저도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몽실몽실 뽀송한 조각구름을 보니 한 남자가 떠오르네요. 그 남자에게 고백을 하고 싶습니다.

“하늘을 보니 네가 생각났다”면서요. 그 남자는 핸드폰이 없기에 서둘러 그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아, 드디어 그가 보입니다. 저와 눈이 마주치자 미소가 번지네요. 참지 못하고 그를 불러봅니다.


“아들! 보고 싶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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