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보통의 하루(아보하)’ 연재를 시작하고, 세 번째 글쯤부터 글쓰기가 조금씩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브런치 초입에 썼던 투병 에세이를 제외하면, 나는 그동안 주로 소소한 행복을 기록해왔으니까.
그랬던 나에게 삶과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이번 아보하 연재는 낯설고, 묵직하게 다가왔다
혼자 동굴 안으로 들어가 땅을 파는 기분.
이왕 판 김에 더 깊이 파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여러 생각들이 나를 주춤하게 했다.
‘브런치에 이런 글이 어울릴까.’
‘이건 나만 재밌는 이야기가 아닐까.’
혼란 속에서 딱 열 편만 쓰고 마무리하자고 마음먹었다.
생과 사를 이야기하면서도 덜 심각하고, 읽기 편한 ‘아주 보통’의 어드매를 찾고 싶었다. 무게를 더하는 글이 아니라, 무게를 감추는 글이고 싶었다.
그런데 보통의 어드매를 찾는다는 건, 무심한 척하면서도 가장 깊이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쓰면 쓸수록, '보통'이야말로 가장 어렵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던.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써야 한다는 강박이 글을 더 어렵게 했고, 심각의 바다에서 내내 허우적거렸다.
아보하를 쓰는 동안 나는 너무 경건한 사람이 되었으며 그것이 좀 갑갑했음을 고백한다.
그러던 어느 날, 목표했던 열 편이 넘은 걸 알았고 순간 깨달았다.
나는 이 주제에 대해 할 말이 참 많다는 걸.
기자로서 내가 만난 사건들, 환자로서 병을 통과한 시간, 그리고 아버지의 투병을 겪는 현실까지.
그동안 눌러두었던 감정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펼쳐놓고 보니 이건 끝없이 이어질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 외에도 70여 권의 책을 낸 이은경 작가님은 이렇게 말했다.
"책을 내려면 최소 세 시간은 떠들 수 있는 주제여야 해요."
아주 보통의 하루를 쓰겠다는 다짐은, 사실 아주 어려운 하루를 살아내겠다는 다짐과 닿아 있고 이 주제는 내게 그만큼 할 말이 많은, 깊은 이야기였다.
지난 글을 다시 읽다가 웃음이 나온 적이 있다. 내 글이 너무 허술했기 때문이다.
‘아니 왜 이렇게 못 썼지?’
예전에는 종종 지난 글이 더 나은 것 같아 허무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만큼 내가 성장했다는 뜻일 거라고, 조심스럽게 확신하며 글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그 작업이 생각보다 많이 즐거웠다. 동시에 아보하는 정말 내가 쓰고 싶었던 주제인 것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잠시 멈추려 한다.
독자를 의식하지 않고, 조금 더 자유롭게 나만의 속도로 써보고 싶다. 충분히 고민도 하면서.
어느 정도 쌓이면 출판사 문도 두드릴 생각이다.
앞으로 아보하는 연재가 아닌 매거진 형태로 가끔 찾아오겠다.
그동안 읽어준 분들께 감사드린다.
내 글은 댓글을 남기기 어려운 글일 수도 있었다.
읽고 나면 말문이 턱 막힌다고나 할까. ;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성껏 읽어주고, 생각을 나눠준 이웃들이 있었기에 두 달 멈추고도 다시 글을 이어올 수 있었다.
별 대단한 연재도 아닌데 마무리한다고 이렇게 발행글까지 쓰는 이유는, 글쓰며 느꼈던 소소한 이야기를 이웃들과 함께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글벗들도 나와 비슷한 고민 속에, 외로운 글쓰기를 이어나갈 거 같아서.
나는 진지한 이야기도 좋아하지만, 어이없고 웃긴 이야기에도 마음이 간다.
당분간은 인간 뮤뮤의 여러 얼굴을 담은 소소하고 담백한 에세이를 써볼 예정이다.
그래서, 아보하는 일단 여기까지.
하지만 나는 여전히 보통을 쓸 것이다.
*글벗님들, 좋아하고 존경합니다. 고마워요. : )
오늘도, 내일도 우리 모두 아보하.
-사진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