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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애인권법센터 Jan 12. 2023

2. 고소와 고발은 어떻게 누가 할까?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형사사법 (2)

나라에서 법으로 "죄"라고 정한 행동들은 생각보다 무지 많습니다. 법이 바뀌면서 예전에는 죄가 안 되었던 것이 죄가 되어 처벌을 받기도 합니다. 2020년 봄에 성폭력처벌법이 개정되면서 성적인 불법촬영물을 소지하거나 다운로드 받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는데요, 법이 시행된 지가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법정에 가보면 '겨우 야동들 다운 받은 것 가지고 형사처벌을 하냐'는 피고인들을 적지 않게 만납니다. 그 불법촬영물의 피해자들의 고통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말이죠.



일생동안 단 한 번도 겪고 싶지 않은 일은 범죄 피해가 아닐까요. 그런데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삶의 아이러니입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범죄를 저지른 것을 알게 되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가해자가 처벌을 받길 원한다면 우선 '경찰서'에 가서 일어난 일을 알려야 합니다. 알리는 방법으로 대표적인 것이 '고소'와 '고발'입니다.


'고소'는 무엇일까요? 어려운 말로는 "범죄의 피해자 '또는' 법에서 정한 고소권자가 범죄 사실을 수사 기관에 신고하여 그 수사와 범인의 기소를 요구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피해자가 수사 기관(주로 경찰)에 자기가 당한 범죄 피해를 알리면서 가해자를 처벌해 달라고 하는 것을 뜻합니다. 말로 고소를 하는 것도 이론상으로는 가능한데, 나중에 진짜 말로 고소를 했는지 안했는지 증거가 안 남을 수 있으니까 글로 '고소장'을 써서 경찰서에 접수시키면 그제서야 '고소를 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 말고 '법에서 정한 고소권자'는 누구일까요?(형사소송법 제225조) 먼저,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은 '독립하여' 고소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은 보통 친권자나 후견인을 말하는데, 대표적으로피해자가 아직 미성년자인 경우 그 피해자의 부모님을 생각할 수 있겠죠(참고로 만 19세가 넘으면 법적으로 친권은 없어집니다). 그래서 피해자의 친권자는 피해자가 고소하기 싫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살아있건 사망했건 피해자가 당한 피해를 고소할 수 있습니다.


법정대리인 말고 피해자가 입을 피해를 고소할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습니다. 바로 피해자가 사망한 때 다른 사람에게 생기는 고소권입니다. 사망한 피해자의 배우자(아내나 남편), 피해자의 부모님, 피해자의 직계친족(할아버지나 할머니, 배우자의 부모님, 자녀) 또는 피해자의 형제자매도 사망한 피해자 대신 고소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사람들은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서는 고소할 수 없습니다. 사망한 피해자가 생전에 일기장에 "나는 가해자를 고소하고 싶지 않다."라고 적어 두었거나, 다른 사람에게 그런 말을 했다면, 피해자가 사망한 이후 피해자의 배우자나 부모님, 직계친족, 형제자매는 피해자 대신 그 피해를 수사기관에 고소할 수 없어요.



그렇다고 아무런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고발"이라는 제도가 있으니까요. 고발은 "피해자나 고소권자가 아닌 제3자가 수사 기관에 범죄 사실을 신고하여 수사 및 기소를 요구하는 일"입니다. 쉽게 말하면 직접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아니지만, 어떤 범죄를 보았거나, 들었거나, 어찌어찌 알게 된 경우에 수사기관에 알려서 가해자가 처벌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물론 말로 고발하는 것도 가능하긴 하지만, 앞의 고소와 마찬가지의 이유로 주로 '고발장'이라는 것을 써서 경찰서에 접수를 시켜야 '고발을 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고발은 범죄 피해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직접 범죄 현장을 보았거나 들은 사람은 물론이고, 범죄의 냄새가 나는 일을 온라인 상에서 알게 되거나 뭔가 찝찝하고 '쎄한' 물건이나 광경을 발견한 경우, 피해자가 명확하지 않은 범죄의 경우에도 고발을 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기억할 것은, 112에 전화하여 뭔가를 신고했다거나 확인 내지 출동을 요청했다고 해서 바로 고소가 되었거나 고발을 한 것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신고를 받고 수사기관에서 자기 스스로 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처리되는 사건을 어려운 말로 '인지사건'이라고 합니다. 수사기관이 알아서(인지해서) 사건을 열었다는 뜻이거든요. 이와 달리 고소장이 들어와서 시작되는 사건은 '인지사건'이 아니라 '고소사건'입니다. 둘은 서로 많이 다릅니다. 신고인과 고소인의 지위가 많이 다르고, 사건이 잘 처리되었을 경우 수사를 한 경찰의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점수도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인지사건을 잘 처리하였을 때 더 높은 평가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신고만 하면 알아서 사건이 잘 진행되겠지' 생각하지 말고 꼭 진행시키고 싶은 사건은 고소장이나 고발장을 써서 경찰'서'에 제출해야 합니다. 다행히 경찰청에서 운영하는 경찰민원포털에서는 고소장의 서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https://minwon.police.go.kr/#customerCenter/fileDown).



다음 글에서는 이 서식을 바탕으로 어떻게 고소장과 고발장을 쉽고 편안하게 적을 수 있는지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 또 만나요!


이 글을 쉽게 설명한 영상 보러가기 : https://youtu.be/vhEz_co-w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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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펠로우 3기 김예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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