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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편

12일차

by 매일 시 Mar 12. 2025

J는 눈을 지그시 누르며 지하철에 올라탔다. 2년 전 했던 라식이 잘못된 탓인지 최근 들어 저녁만 되면 J의 시야는 흐릿해지고 두통이 함께하곤 했다. 안구의 건조함과 뻑뻑함은 당연스럽게도 함께였다. 컴퓨터를 그만 봐야 할 터였지만 업무 특성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저 눈에 큰 이상은 없기만을 바라며 퇴근길에 눈을 꽉 감는 것이 J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운 좋게 앉을자리를 찾고 J는 평균보다 조금 큰 몸을 구겨 넣었다. 눈을 감은 채 수분이 차는 것을 느끼며 3 정거장쯤 갔을 터였다. 어디쯤 왔나 확인하려 J는 감은 눈을 떴다. J의 시야에 취한 듯한 중년 남자가 들어왔다. 얼굴은 빨갛고 머리는 벗어졌고, 두피까지도 살짝 빨개진 듯하고 시선은 묘하게 먼 곳을 보는 듯했다. 손에 들려 있는 장우산은 조금 위험해 보였다. 이른 시간인데 많이 취하셨네 J가 생각하는 순간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흠칫 놀라며 J는 시선을 돌렸다.


너무 오래 쳐다봤나 생각하며 J는 다시 눈을 감았다. 하지만 눈을 감아도 시선이 느껴지는 건 매한가지였다. 눈을 다시 살짝 떠보니 취객은 아직 J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생각보다 많이 취하셨나 J는 생각했다. 그저 우산을 든 남자의 화 혹은 불쾌감이 가라앉길 바라며 다시 눈을 감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느껴지는 시선은 사라질 기미가 없었다.


대체 언제까지 날 쳐다볼 것인가. 문득 억울해진 J는 눈을 뜨고 취객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음.. 그는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아닌데.. 시선이 느껴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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