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아 적는 너의 말들
아들에게,
명절 연휴가 끝났어. 너는 친조부 외조부 모두 만나고 돌아서며 두 번 다 헤어지기 아쉬워서 눈물을 후드득 흘렸지. 넌 정말이지 가슴에 사랑이 가득하다 못해 넘치는구나.
이번에 외할머니에게 네가 한 말들을 알려드렸더니 (예: 엄마가 없는 풍경만 보겠다는 말, 마음속에서 전쟁이 일어났다는 말) 네 외할머니가 태몽 이야기를 꺼내셨지. 엄마가 너를 가졌을 때 외할머니의 꿈에 유난히 예쁘고 반짝반짝 빛이 나는 소나무가 똑바로 서있는 모습을 보셨대. 해몽을 검색해 보니 집안에 문필가가 태어날 거라는 꿈이라는 거야. (물론 이과가 최고라는 흔들림 없는 믿음을 가진 외할머니는 글 쓰면 삶이 고되고 자연을 연구하는 게 훨씬 더 낫다면서 걱정하셨지만) 엄마는 그 꿈 이야기를 듣고 그냥 빙글 웃었어. 마음에 들잖아! 꼭 생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되지 않아도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특유의 분위기와 기운이 있으니까.
내가 받아 적는 너의 말들은 엄마에게 소중한 보석 같아. 엄마는 그때그때 받아 적으면서 고이고이 보석함을 채운다? 그게 엄마의 여러 행복 중 하나야.
이제 태권도가 끝날 시간이네.
우리 반짝이 소나무 만나러 가야지.
사랑해,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