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이 녀석이, 너도 사내자식이었어
아들에게,
아빠를 따라나서서 간 결혼식은 어땠으려나? 아빠가 주말에 너를 데리고 나간 덕에 엄마는 오늘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어. 그러다 생각나서 피식 웃게 된 우리의 대화를 적어두려고.
"엄마, 아빠랑은 처음 만났을 때 어땠어요?"
"모르는 사이였지."
"그렇구나."
"처음엔 모르는 사이였다가, 사랑하게 되고, 결혼해서 네가 태어났지."
"나도 모르는 여자랑 결혼할래요."
"어떤 여자가 좋은데?"
"날씬하고 예쁜 여자요."
너는 결국 날씬하고 예쁜 모르는 여자랑 결혼하겠다는 말이구나. 우리 아들, 꼬맹이 녀석이, 너도 사내자식이었어. 떠올릴 때마다 웃겨서 엄마는 피식피식 웃는다. (참고로 네가 결혼하겠다고 했던 어린이집 여자 친구는 아직도 너와 결혼하겠다고 한다니 네 마음은 비밀로 하자. 언젠가 그 아이의 집에 놀러 갔을 때 밤에 작별 인사 할 때였지. 걔가 네게 "사랑해!" 했더니 넌 날아갈듯한 얼굴로 사랑한다고 서른네 번 외쳤어. 그리고 걔가 놀러 오기로 한 전날에는 만들기 상자를 준비해 주고 식탁을 매끈하게 닦아달라고 요구했었지. 네가 5살 때 있었던 일인데, 엄만 아주 생생히 기억나는구나. 허허허.)
이따 만나,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