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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들

엉망진창이지

by 내복과 털양말

아들에게,


네가 아기일 때 너는 사진집을 재미있게 보았어. 엄마는 그런 네가 신기해서 사진집을 몇 권 더 준비해 놨지. 자기주도이유식을 한다며 네게 음식을 떠먹여 준 기간은 매우 짧고 네가 직접 실리콘 숟가락을 쥐거나 맨손으로 직접 집어먹게 하던 시기였어. 그러니 말도 못 했지. 그런 네가 사진집을 보겠다고 책을 고르니 어떻게 신기하지 않을 수 있겠어. 네가 사진집을 보면서 뭐라고 말하는 영상을 찍어놨는데 가끔씩 보면 좋더라. 사진보단 영상을 찍으라는 주변의 말이 이해가 가더라고.


네가 그래도 새로운 음식에 대해 거부가 덜할 때면 엄마는 네겐 촉감놀이였겠지만 내겐 나름대로 험난했던 자기주도이유식 덕분이라고 생각해. 아, 물론 증거는 없지.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그런데 네게 밥 주고 주변 정리 끝나면 또 새로운 밥을 준비해야 하던 그 시기에 네 아빠에게 보낸 사진들을 보면 웃음이 난다. 너에게 그 이야기를 하면서 얼마나 네가 음식을 주무르고 여기저기 튀기고 발랐는지 이야기해 줬더니 너는 아주 웃겨서 침을 흘려가며 웃었지. 엄마가 좀 웃길 때가 있거든. 사진은 아주 그냥 엉망진창이야. 근데 웃겨.


네 이쁜 모습을 보면서 시작하면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될 거야.



사랑해.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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