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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보스가 이 영화 안에 있을지 확답하지 못할 것 같다

2025_41. 영화 <보스>

by 주유소가맥

1.

극장에 걸리는 모든 영화는 각자 추구하는 바가 있다. 어떤 영화는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를 보여주는 것으로 관객을 만족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영화는 뛰어난 미감을 바탕으로 구성한 남다른 미장센이 큰 강점일 수도 있다. 화려한 액션으로 관객들에게 쾌감을 주는 것은 액션영화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다. 물론 모든 부분에서 고루고루 훌륭한 완성도를 보이는 것이 좋겠지만, 그럼에도 특별히 이것만큼은 제대로 해보겠다 싶은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영화 내적인 부분 보다 외적인 부분에 신경 쓰는 영화도 있다. 만듦새는 적당하지만 적절하게 정한 개봉 시기와 발에 땀나게 뛰는 홍보를 통해 흥행 한번 해보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을 수도 있다. 물론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결국 영화 제작도 다 돈이 걸려 있고, 상업 영화를 표방하고 나온 이상 흥행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개봉 시기를 정하는 것도, 구미가 당기게 마케팅하는 것도, 영화에 대한 평가와 별개 요소인 것은 맞지만 상업 영화에 있어 필수적으로 필요한 중요한 능력이고 실력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비교적 극장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는 연휴 기간에는 최대한 함께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가벼운 코미디 영화가 개봉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 보스 포토 (3).jpeg 영화 <보스>

영화 <보스> 또한 추석 대목을 노린 코미디 영화다. 우리 모두 이 영화의 목표는 알고 있다. 개봉 시기는 추석 연휴 기간이고, 또 상영작 중 흥행 경쟁이 일어날 만큼 대중적인 작품도 많지 않다. 주연 배우들이 여기저기 얼굴을 비추며 홍보도 열심히 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문제 되는 점이 있다면 바로 '적당한 만듦새'라는 가장 기본적인 구성요소로 보인다.


2.

보스 임대수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차기 보스 선정을 급하게 진행하게 된 식구파. 가장 많은 지지를 받지만 이제는 식당 주인으로 새 출발 하고 싶은 순태와 보스를 꿈꿨지만 우연찮게 탱고를 접한 후 춤바람 나버린 강표는 자리를 양보하고 싶어 하고, 어느 누구도 보스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판호는 누구보다 보스가 되고 싶어 판을 흔들기 시작한다. 여기에 10년째 순태의 식당에 잠입 중인 언더커버 경찰 태규까지 보스 양보전에 가세하여 상황은 점점 더 꼬여만 가는데, 과연 누가 식구파의 차기 보스로 임명될까.


3.

우리는 이미 2000년대 초반까지 조폭 코미디 영화를 많이 접했다. 가장 먼저 영화 <가문의 영광> 시리즈가 떠오른다. <두사부일체> 시리즈 또한 꽤 길게 명맥을 이어갔으며, <조폭마누라> 시리즈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흥행작이다. 조폭 코미디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명실상부 한국 상업영화 트렌드 중 하나였다. 문제는 바로 기간이다. 이제 조폭 코미디를 다 같이 하하호호 웃으며 보기에는 장르의 생명력이 너무 오래전에 끝나버렸다.


영화 보스 포토 (1).jpeg 영화 <보스>

안타깝게도 영화 <보스>는 조폭 코미디 장르의 노선을 그대로 따라간다. 정확히 말하면 조폭 코미디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조폭 코미디 장르가 비판받았던 과도한 폭력, 조폭 미화 등 부정적 요소들을 2025년에 그대로 들고 왔다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특히 판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선거 유세를 하는 장면에서는 웃음을 자아내려는 목표인 것이 분명한 폭행 장면들이 나오는데, 이것이 과연 지금 시대에 코미디로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다. 또한 칼로 사람 찔러 교도소까지 다녀온 강표가 '우리 그렇게 나쁜 애들은 아니다'라며 조직원들을 일갈하는 장면은 공감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20여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조폭 코미디의 부흥을 일으키기에는 개선점이나 신선한 점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이런 점을 제외하고도 눈에 띄는 부분이 비교적 부족하다. 흐름이 어느 정도 읽히다 보니 이야기에 긴장감도 부족하게 느껴지고, 코미디를 구성하는 방식 또한 억지에 가까운 부분들이 많다. 이런 아쉬운 부분들이 조폭 코미디 장르와 결합되니 부정적 시너지가 조금 더 커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4.

이것들과는 별개로 추석 대목을 노린 작전은 일정 부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연휴가 끝나기 전에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었으니 말이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선택한 여러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부정적 요소들을 열거했지만 그것들을 감안하더라도 영화를 관람하기에 충분한 요소들이 많이 채워져 있다는 뜻이고 단지 내가 제대로 찾지 못했을 뿐이라 생각한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명절 연휴 동안 가족들과 함께 볼 수 있을 코미디 영화가 사실상 <보스> 밖에 없다는 점 또한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영화 보스 포토 (2).jpeg 영화 <보스>

영화의 캐치프레이즈는 '올 추석, 웃기는 놈이 보스다!'였다. 원래 명절에 소중한 사람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지내는 것만한 게 없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 보스가 이 영화 안에 있을지 아직까지는 확답하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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