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벌어진 작은 판타지

도서관은 살아있다?!!

by 도럽맘

월요일 아침,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우리 동네 도서관에는 무슨 프로그램이 있을까?’


엘리와 거의 매일 드나드는 도서관이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매번 새롭고, 은근히 설렌다.


자연스럽게 도서관 웹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친 다섯 글자.


“Stuffed Animal Sleepover”


…응? 뭐라고요? 인형이 도서관에서 잔다고요?


처음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게 어떤 시추에이션인지 머릿속에서 그려지질 않았다.


하지만 설명을 자세히 읽는 순간 입꼬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


“이건 무조건 가야 해…!”


인형을 맡기고, 도서관에서 하룻밤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자신이 아끼는 봉제 인형(곰돌이, 토끼, 고양이, 뭐든지 OK!)을 도서관에 맡기고, 인형이 도서관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특별한 행사였다.


도서관에 남겨진 인형들은

‘도서관 내부를 탐험하고’,

‘서가 사이를 산책하고’,

‘사서 선생님과 놀이도 하고’…


그 모든 활동들이 사진으로 기록되어 슬라이드쇼로 제작되고, 주중에 인형을 찾으러 오면 QR코드를 통해

그 밤의 모험을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에

나는 아이보다 더 먼저 눈이 반짝였다.


“엘리야, 우리도 하자! 렛츠고!!”


엘리가 고른 인형은 바로, Clifford 클리포드!

어떤 인형을 데려갈지 고민하던 아이는

잠시 조용히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사랑을 많이 받으면 몸이 커지는 강아지로 할래.”

그리하여 오늘의 주인공은,

빨간 강아지 클리포드로 낙찰!


도서관은 이미 축제 분위기

도서관에 도착하자,

이미 수많은 아이들이 각자의 인형을 품에 안고 와 있었다.


곰, 토끼, 고양이, 공룡, 유니콘…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인형들이 모여 있었고,

그만큼 많은 부모님들이 이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역시 도서관은

아이만이 아니라 부모에게도 놀이터다.


인형을 맡기면 도넛도 제공되었는데,

엘리는 무려 네 개나 먹었다.

“너 아까 집에서 밥 먹고 나왔잖아…”

(하지만 도넛 앞에서는 그런 질문이 무의미하다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침에 도서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 하나

그리고 다음날 아침

도서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는 순간,

진심으로 웃음이 터졌다.


인형들이 아침에 모여서 breakfast를 먹고,

줄지어 에어로빅까지 하고 있는 모습이라니!


말 그대로 귀여움 폭발.

현실인가, 상상인가?



도서관에서 펼쳐진 작은 판타지


그 장면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한 편의 영화가 떠올랐다.

바로 《박물관이 살아있다 (Night at the Museum)》.


밤이 되면 전시물들이 모두 깨어나

박물관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각자의 사연을 가진 이들이

우정과 소동을 벌이던 그 영화.


이곳 도서관도, 밤이 되자

전혀 다른 세상이 열렸다.


줄 지어 걸어가는 인형들,

서가를 배경으로 책을 읽고 스트레칭을 하는 그 모습이

마치 아이들만을 위한 비밀 판타지 같았다.


어쩌면…

책이 가득한 도서관은

박물관보다 더 상상력이 풍부한 공간일지도 모르겠다.


전시된 유물 대신

아이들의 상상이, 추억이,

그리고 누군가의 사랑받는 인형이 살아 움직이는 곳.


그게 바로 도서관이니까.


도서관이 선물해준 귀여운 밤


사실 이 프로그램은 단지 인형을 맡기고,

사진을 보는 이벤트 그 이상이었다.


아이가 인형을 고르고,

이름표를 만들어 달아주고,

조심스레 “잘 자~” 하고 인사를 건네는 그 모든 과정은

상상력과 애정으로 가득한 따뜻한 의식이었다.


도서관은 단지 책을 빌리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의 기억 속에 평생 남을

작고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공간이라는 걸

이번에도 또 한 번 실감했다.


그날 밤, 클리포드는 도서관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

엘리는 잘 자는 인형 걱정에 한참을 뒤척였고,

나는 다음 날 도서관 인스타그램을 보며

혼자 소리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걸 위해 우리가 도서관에 가는 거 아닐까?

이런 밤이 쌓여

아이의 마음에도, 엄마의 마음에도

한 편의 동화처럼 남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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