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나의 이야기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는 그야말로 최악의 시기였다. 학업을 병행하면서 힙합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던 나로선 굉장히 지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고난의 시기를 새로운 취미 생활을 통해서 타파하고 싶었고, 때마침 친구의 추천으로 연합 DJ동아리를 들어가서 배우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디제잉을 취미로 삼으며 새로운 장르의 믹스를 플레이하고, 여러 파티, 오픈덱 그리고 라디오에 출연하면서 작고 소중한 경험들을 착실히 쌓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배운 이 재미난 것을 나만 오롯이 즐길 수 없었기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디제잉을 알려주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물론 글로 모든 것을 배울 수 없고, 직접 해보고 레슨을 받아야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럼에도 이미 해 본 사람들은 내 글을 읽으면서 한 번 더 리와인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고, 모르는 사람들은 디제잉에 흥미를 갖고 새로운 취미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DJ: 청중(관객)에게 기존의 녹음된 음악(디스크)을 라이브로 재생하는 사람.
Disk(디스크) + Jockey(몰이꾼, 조종사)의 줄임말.
DJ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이름 그대로 사람들 앞에서 CD, 바이닐 등의 음악 매체를 틀어주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배철수 씨처럼 라디오에서 음악을 선곡하여 들려주는 사람들도, 드라이브하면서 카오디오에서 신나는 노래를 트는 사람들도 DJ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 말하는 DJ는 통상적인 의미에서 클럽, 라운지와 같은 베뉴에서 음악을 플레이하여 청중들을 춤추게 만드는 사람들을 뜻한다. 이들은 주어진 타임 동안 주변 환경 분위기에 맞게 음악을 선곡하여 끊임없이 트는 일을 하는데, 앞으로 우리는 이러한 행위를 DJing(디제잉)이라고 부를 것이다. DJ들은 베뉴에 설치되어 있는 DJ 장비(플레이어, 턴테이블, 믹서)를 활용하여 음악을 자유자재로 바꾸고 섞는 등 디제잉을 한다.
홍대에 위치한 힙합클럽 '헨즈'를 예로 들어보자. 헨즈 내 디제이들은 힙합 클럽의 분위기에 맞게 힙합 음악을 주로 틀게 될 것이다. 또한 정해진 타임 동안 분위기에 맞게 내가 틀고 싶은 힙합 음악을 사람들에게 선보일 것이고, 때로는 묵직한 베이스가 일품인 트랩을 틀거나, 때로는 밝은 멜로디의 래칫을 섞어 틀 것이다.
DJ가 있는 곳이면 지루하지 않다.
한국 내 클럽과 라운지 문화가 많이 변질되어서 그저 헌팅과 원나잇 스탠드를 위한 장소로 인식이 많이 안 좋아졌지만, 본래 클럽은 음악과 춤을 곁들여서 취향이 맞는 사람들끼리 즐기는 공간이다. EDM 클럽은 당연히 EDM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일 것이고, 힙합 클럽은 당연히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그리고 클럽에 모인 사람들은 음악을 매개체로 하나가 되어 즐길 수 있게 된다.
따라서 DJ들은 이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고 놀 수 있는 분위기로 만들어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시의적절한 선곡과 빼어난 스킬로 청중들의 귀를 사로잡을 수 있는 DJ가 많을수록 클럽 분위기는 정말 즐거워진다. 그리고 이렇게 실력 있는 DJ들은 아티스트 못지않게 유명인 취급을 받으며 여러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많이 만들 수 있다.
클럽뿐만 아니라 지인끼리 소소하게 여는 프라이빗 파티에서도 DJ의 힘은 어마어마하다. 지인들에게 본인의 존재감을 알리고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최고의 무기는 바로 디제잉이다. 상대방에게 멋있는 나를 자신을 어필하는 것, 이것이 디제잉을 배우는 이유 중 하나다.
디제잉은 배우기 가장 쉬운 악기 연주(?)이자 건전한 취미
96년생인 나와 같은 또래의 독자라면 어릴 때 부모님께서 피아노 학원을 보내서 레슨을 받았던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좀 친다고 생각될 때쯤 체르니 30 등 심화 과정을 밟을수록 어려워지면서 벽을 느끼게 되어 접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히사이시 조의 'Summer'를 연주하고 싶어서 간단하게 배우려고 해도 손 빠르게 치기는커녕 2~4마디마다 계속해서 삑사리가 나서 쉽게 때려치우곤 했다.
반면에 디제잉은 다른 악기 연주에 비해 쉽게 배울 수 있다. 디제잉은 정확히 말하면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재생하고 여러 노래들을 자연스럽게 섞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별도의 테크닉을 강요하지 않는다. EQ로 음역대를 조절하고, 채널 페이더로 볼륨을 조절하면서 비교적 쉽게 조종할 수 있다. (물론 디제잉도 고급 스킬이 있지만 그렇게 필수적인 건 아니다.)
마지막으로, 디제잉이야말로 가장 건전한 취미가 아닌가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음악과 같은 문화/예술 취향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활기차고 건전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디제잉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창구를 만들어가는 것, 이 또한 낭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