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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빠토그래퍼 Jun 19. 2024

"먹고 있을 땐 물어보고 찍어줄래?“

떡볶이를 먹고 있는 아이에게 셔터를 누르고 있는 나에게 

"아빠 먹고 있을 땐 물어보고 찍어줄래?“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고 자신 있게 취미라고 말할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이 사진을 취미로 가지고 있다고 하면 커다란 렌즈나 비싼 카메라들을 떠올리겠지만, 나는 신혼 때 산 작은 카메라에 인물용 렌즈 하나만 장착하고 다닌다. 처음 카메라를 살 때는 내가 좋아하는 식당들에 손님들이 더 많이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에 블로그에 올릴 후기용 사진을 찍는 용도로 구매했고 많이 활용했다. 하지만 요즘 내가 사진을 찍는 목적은 단 하나, 내 아이의 예쁜 어린 시절들을 최대한 많이 담아주고 싶어서다.     


내 아이도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내가 사진 찍는 걸 거부하지 않는다. 나들이를 갈 땐 항상 카메라를 들고 가는데, 어떤 상황에서 카메라를 들이밀어도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자기가 하던 걸 해준다. 그리고 그날 찍은 사진을 집에서 컴퓨터로 옮겨 같이 고르고, 포토프린터로 출력해 앨범에 같이 정리하는 것이 우리의 취미 생활이다. 

     

어느 날 하굣길에 학교 앞 분식집에서 파는 천 원짜리 컵떡볶이를 사주고 아이가 먹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서 참을 수 없는 빛과 배경과 구도의 조화가 보였다. 마침 가방에 있던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렀다. 그런데 떡볶이를 질근질근 씹던 아이가 날 째려보더니 "아빠 내가 먹고 있을 땐 물어보고 찍어줄래?"라고 말했다.     


속으로 뜨끔했다. 컵떡볶이를 사주면서 꼭꼭 씹어서 맛있게 먹으라고 말했던 아빠가 얼굴에 대고 셔터를 누르고 있으니, 아이로서는 신경 쓰여 먹기 불편했을 것이기에 바로 미안하다고 말하고 카메라를 가방에 다시 넣었다. 그리고 앞으로 먹고 있을 땐 꼭 물어보고 찍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아이가 오물쪼물 먹는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먹기 직전의 손과 시선 처리와 입 모양이 예쁘고, 입에 들어간 음식이 머무는 빵빵한 볼까지 아이가 표현할 수 있는 귀여움 중 최고의 장면이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아이가 음식을 먹고 있을 때 사진을 많이 찍어왔다. 그런데 아이의 말을 듣고 보니 내가 뭔가에 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취미 생활을 위해 남에게 불편함을 주었다면 그것은 잘못된 취미이다. 적어도 사진 찍는 사람들은 피사체와 그 근처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나였는데 스스로 부끄러웠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나와 아내의 SNS에 공유되는 아이의 사진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인스타그램을 보니 최근 5년간 올린 콘텐츠의 90% 이상이 아이의 사진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SNS가 내 인생을 자랑하기 위해 콘텐츠를 올리는 거라면 나에게는 내 자식이 가장 큰 자랑거리라고 봐도 될 것이다. 

내 아이도 나중에 SNS를 하게 될 텐데, 그때가 되면 우리 가족과 함께했던 시간을 그곳에 올려 줬으면 좋겠다. 물론 아이의 SNS에 내가 공유되어도 나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부모로 성장해야 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도 부모로서 열심히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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