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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빠토그래퍼 Jun 26. 2024

아빠는 잘했쓰! 라고 해

칭찬을 아껴야 하나?

내가 아이를 칭찬했는데, 아이가 말했다.


“아빠는 내가 잘하면 잘했쓰! 라고 해”     


우리 집은 각자 챙길 게 많아 외출 전엔 항상 분주하다. 먼저 나는 가족과 어딜 나가든 반드시 카메라를 챙긴다. 그리고 밖에서 사서 먹기는 뭔가 아까운데, 안 챙기면 꼭 사 먹게 되는 생수 한 병과 물티슈를 챙긴다. 그리고 지갑과 신분증, 외장배터리와 태블릿을 챙긴다.     


아내는 가장 먼저 아이가 입을 옷을 골라 거실 바닥에 놔두고, 이동하는 거리나 일정에 따라 과일이나 육포 같은 간식과 여별의 아이 옷을 챙긴다.      

우리 부부는 먼저 준비가 끝난 사람은 너나 할 것 없이 아이의 옷을 입히고 준비시킨다. 아이는 옷을 입기 전까지 기다리는 동안 이동 중에 읽을 책을 하나 챙기고, 자기가 좋아하는 간식, 다르게 말하면 엄마가 안 챙겨주는 초콜릿이나 사탕 같은 간식을 챙긴다.      


하지만 그날은 뭔가 달랐다. 내가 먼저 준비가 끝나서 아이의 옷을 입히러 갔는데 마치 누가 와서 도와준 것 같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준비가 끝나있었다. 그리고 아이는 가방 꾸러미를 챙기고 있었다. 다섯 살짜리 아이가 어른들이 아무도 시키지 않았음에도 자기 혼자 할 일을 찾아서 하고 있었다. 적어도 내가 어렸을 때는 바쁘신 부모님들한테 심심하다고 놀아달라고 떼쓰다가 결국 장난감을 어질러놨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아이는 나와는 기질이 다른 것 같다. 나는 신기하면서도 기특해서 아이를 칭찬했다.      

"와~ 벌써 준비가 다 끝났네! 잘했쓰!"

이 말을 들은 아이가 뿌듯해하며 나에게 말했다.

"아빠는 칭찬할 때 잘했쓰! 라고 해"


그 말을 들은 나는 칭찬한 것을 칭찬받은 느낌이었다. 갑자기 나는 다른 가족들은 어떻게 칭찬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바로 생각이 안 났는지 한참을 생각하던 아이는 


엄마는 "예쁨아"

할머니는 "아이고 잘했어 우리 우리 공주!"

할아버지는 웃으면서 "아이고 이눔 시키~" 라고, 칭찬한단다.     


할아버지는 칭찬의 방법이 특이했지만 말보단 감정이 전달된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는 가족들에게 각자 다른 방법으로 칭찬을 받고 있었고, 그것을 다 기억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결과보다 과정에 대해 칭찬하는 게 좋다고 하고, 외모나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한 칭찬은 신중히 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와 우리 가족들은 결과와 과정에 대해 그때그때 바로 칭찬한다. 그리고 외모에 대해서도 시도 때도 없이 칭찬한다. 심지어 전날 잠을 못 자서 눈이 퉁퉁 부은 아이를 보고도 넌 왜 눈이 부어도 예쁘냐고 남이 들으면 민망할 정도로 칭찬한다.


모든 육아 방법은 아이마다 다르다. 어떤 아이는 결과와 성취감을 중요시하는 아이가 있을 것이고, 어떤 아이는 과정에서의 즐거움을 중요시하는 아이가 있을 것이다. 


어떤 상황이든 잘한 행동에는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골목길에서 차가 와서 길옆으로 피한일, 밥을 혼자 먹었는데 밥풀을 하나도 안 흘리고 깨끗하게 먹은 일, 혼자서 과자봉지를 뜯어서 먹은 일, 양말을 방향에 맞게 잘 신은 일처럼 당연하고 사소한 것들을 칭찬해 준다면 아이는 아이의 마음속으로든, 머릿속으로 칭찬받은 일들은 다 기억할 것이다.


내가 그날 아이에게 칭찬한 것을 칭찬받은 것을 기억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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