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마산에서 첫 낙찰 이야기 7
두 번의 진급 누락은 마치 회사가 나를 "루저"로 보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심어줬다.
"갈 데 없으니 억지로 다니는 사람", "언젠간 그만둘 사람"—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 자신을 점점 더 비하하게 됐고, 자존감은 바닥을 기었다.
더군다나, 나 역시 과거에 진급에 실패한 사람들을
보며 "저 사람 뭔가 문제 있는 거 아냐?"라고 판단했던 경험이 있기에,
이제 그 대상이 된 나는 나 스스로에게 훨씬 더 가혹해졌다.
후배들은 하나둘씩 나를 앞서 과장으로 진급해갔고,
나는 여전히 대리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후배들이 "선배"라 부르며 나에게 업무를 지시할 때면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건방진 녀석들, 나를 무시하나"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면서,
표정은 점점 굳어지고 어깨도 움츠러들었다.
그러던 중, 뜻밖의 경매 성취가 나를 일으켜 세웠다.
명도(집 점유자의 퇴거 절차)를 해결하면서 복잡하고
막막했던 협상 과정이 술술 풀렸다.
그 성취감이 마치 무너진 자존감을 살짝씩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일주일 후, 낙찰받은 집의 명도 날짜가 다가왔다.
나는 공팀장에게 약속한 250만 원을 준비했다.
그러고 나니 갑자기 회사가 고맙게 느껴졌다.
'내가 회사를 그만뒀다면 이 250만 원을 어디서 구했겠나?'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드디어 명도 당일.
공팀장은 아침 일찍 마산으로 향했고,
오전 10시에 전화가 왔다.
"대표님, 이삿짐 차 도착했고, 문제없이 진행될 것 같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잠시 마음을 놓았다.
하지만 오후 3시, 공팀장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대표님, 이사는 잘 마무리됐는데... 작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유리 멘탈인 나는 다시 정신이 혼미해졌다.
'아니, 또 무슨 일이지? 이번엔 뭐야?'
"무, 무슨 문제죠?"
"점유자가 배수구에 시멘트를 바르고 갔습니다."
"뭐라고요?"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에 당황했지만,
이번엔 이상하게도 담담했다. '이 또한 해결책이 있겠지.'
경매라는 험난한 과정을 통해 나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배수구에 시멘트를 바르고 간 점유자? 예전 같았으면 당장 폭발했을 거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작은 문제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나는 강해지고 있었다.
분명히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