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부터 요리를 그다지 자주 해먹지는 못했다. 종사하던 일이 너무도 바빴기에 집에서 밥을 해먹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덕분에 결혼 후 신혼기간에 요리를 하는 매 순간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특히 남편이 주방 근처에도 안 오는 꼰대 남편이라 요리는 늘 내 몫이었다.
결혼과 동시에 임신을 했고 아기가 태어난 이후로 젖병에 분유를 타서 먹이는 동안은 무탈했다. 첫째 아이 둘째 아이는 늘 돌 전까지 영유아검진을 하면 98%백분위가 나와서 상위 1-2%의 키와 체중 상태였다. 그러다가 위기가 시작된 건 이유식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많은 엄마들이 너무도 꼼꼼하고 아이를 위한 이유식 준비와 공부에 열심히라는 걸 나는 엄마가 되고 나서 깨달았다.
아기를 위한 그릇, 스푼, 식재료 준비부터 만드는 방법 숙지까지 모든 게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졌다. 고민 끝에 판매되는 시판용 이유식을 먹이게 되었다. 아마 많은 엄마들이 우리 아기들은 이유식을 초기1단계부터 시판 이유식을 먹었다는 걸 들으면 이 엄마 너무하네 라는 소리를 하실 지도 모른다.
쌀가루를 물에 넣고 저어서 미음 수준의 요리인데 나에게는 그 조차도 어마어마한 일처럼 느껴졌다. 다른 건 뭘 숙지하고 공부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데 왜 유독 요리만은 나에게 공포로 다가오는걸까?
특히 아기가 분유를 먹던 시기가 끝나면서부터는 영유아검진을 하러 갈 때마다 검진 결과가 안좋게 나오니, 여기서 검진 결과가 안좋다는 말은 키와 몸무게가 정상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결과를 받았다는 뜻이다. 엄마 아빠들은 다 이해하시겠지만 혹시나 아이가 없는 독자분들을 위해!
키는 점점 자라지 않고 몸무게도 정체된 지 수년 째. 그나마 둘째는 식사량도 많고 식사 습관도 좋고 잘 성장하나싶더니 요즘에는 오빠의 길을 따르고 있다.
결국 일은 터졌다. 최근에 받은 영유아검진 결과를 보니 '저신장' 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적혀 있었다. 소아과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연령 대비 자라야 할 수치가 있는데 1년간 거의 자라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상발달 과정을 겪지 못하고 뭔가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 성장발달 세부검사를 받아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다음 주에 검사를 받으러 갈 예정이다.
요리를 못하는 엄마인 내가 이유식, 유아식을 영양가있게 잘 만들어주지 못해서 아이가 그동안 키가 못 큰 것만 같았다. 자책감 느끼는 자책육아는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아이가 키크지 않은 건 왠지 찔리네.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해 그렇게 큰 부담감을 그동안 느끼며 육아해오진 않았다. 하지만 아이의 신체가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했다는 결과를 받으니 미안한 마음이 들고 아이의 영양에는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이들의 신체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게 영양 섭취만은 아닐테지만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큰 부분이 밥을 영양가 있게 잘 해먹여서 쑥쑥 튼튼 잘 자라게 하는 것이니 내가 그런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부모는 아이의 요리사, 위생사, 체육교사, 레크레이션강사, 선생님 등의 여러 역할을 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얘들아, 엄마가 요리 연습 더 해서 맛나고 영양가있게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