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다섯 살인 우리 아이에게 내가 처음 훈육이라는 걸 하거나 혼을 내 본 경험은 은근히 이른 시기였던 것 같다. 입으로 말을 내뱉는 건 엄마, 아빠 정도 수준이지만 엄마 아빠가 하는 말을 어느 정도 다 알아듣는 시기인 두 돌 정도에 처음 혼을 냈다. 지금 되돌이켜 생각해보면 만 한 살도 채 되지 않은 어린 아기한테 내가 뭘 한걸까 하는 마음도 들지만 돌이 지난 세 살 둘째 아이한테도 똑같이 화를 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기억상실증이 걸린걸까 아니면 내 자신의 감정 조절에 실패한 걸까?
첫 임신을 했을 때부터 육아 서적을 꽤나 많이 읽어왔다. 아기를 잘 재우는 수면교육 방법부터 프랑스식 육아책, 부모의 감정조절법, 모범적인 육아관 정립 방법, 아이와 놀아주는 방법 등등.
한 아이를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머리로는 파악이 되는데 내 입으로 내뱉는 말 조절, 내 가슴으로 느끼는 감정 조절은 왜 이렇게 어려운걸까?.
아이가 말을 못해서 의사소통이 서로 되지 않던 시절에는 "아이가 말을 잘 하게 되면 내가 아이를 잘 이해해주고 화도 안 나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말을 잘 하게 되고 나니 오히려 아이에게 화를 내는 횟수나 강도가 점점 늘어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말도 다 알아들으면서 너는 왜 엄마 말을 안따르는건데!!".
아이를 재우고 소위 육퇴를 하고 나면 이 조그마한 아이에게 혼낸 내 모습이 어찌나 창피스럽고 자괴감이 드는 지 모른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이 작고 소중한 아이한테도 내 감정조절을 못하는데 내가 이 세상을 어떻게 현명하게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나는 정말 못난 사람이구나"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자괴감도 다음 날 아침이 되고 나면 사라지고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처럼 아이를 혼내는 일을 다시 반복한다. 아이들이 지금 세살, 다섯 살의 어린 유아들인데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아무 탈 없이 내가 잘 이끌어줄 수 있을까?.
최근 몇 일동안 아이에게 혼을 많이 냈더니 어제 잠자리에 누워서 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지만 그 내용이 너무 나에게는 충격이라 또렷하게 들렸다.
"엄마를 다른 엄마로 바꾸고 싶어요. 혼 많이 내니까".
아이가 영유아기일 때 아이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우주'만큼 거대하고 삶의 전부라고 들었다. 그런 엄마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라면 내가 정말 과하게 혼낸 게 맞다는 증거일 것이다. 내가 아이를 혼내는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우리 아이의 행동을 바로바로 지적하고 고쳐주지 않으면 나쁜 사람으로 성장할 것만 같아서 아이를 기다려주지 못하는 것 같다.
"엄마가 미안해. 늘 기다려주지 못해서.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쉽지 않네. 우리 같이 잘 성장해가보자. 엄마도 내일은 덜 화내는 엄마가 되도록 노력할게". 나의 이 다짐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거짓말이 되어버렸다. 요즘 돌 갓 지난 둘째 아이한테도 똑같이 화를 내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