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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교리장 Dec 15. 2022

합격의 기쁨보다 소확행

행복감을 잘 느끼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기질적 차이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성별, 사회 경제적 여건, 직업 등 다양한 인자가 영향을 미쳤지만 가장 확실한 인자는 '유전' 이었다. 즉, 행복을 본래 쉽게 느끼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전자의 사람들은 행복에 대한 질문 자체를 잘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질문을 찾아 들어온 분들은 안타깝지만 나를 포함해 후자에 해당하는 분들일 것이다.



삶을 전반적으로 행복하다고 느끼려면 행복의 강도를 높이기 보다는 빈도를 높여야 한다.



행복을 쉽게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작은 행복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므로, 행복과 성취감을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즉, 이들은 누군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인가요?' 라고 묻는 질문에 합격, 취업, 대회 수상 등을 대답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복은 강렬하지만 짧고, 매일의 일상을 채울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더구나 나이가 들어갈 수록 이런 강렬한 성취감의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 커피 한 잔을 나누며 하는 수다, 퇴근 후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공원을 걷는 산책 시간과 같은 시간은 우리의 매일을 채울 수 있다.


시험에 합격하였을 때의 성취감이 Rock 음악의 강렬한 비트와 같다면, 매일의 행복은 현악기로 여리게 연주되는 발라드의 선율과 같다. Rock 음악의 강렬함은 귀를 닫고 있어도 몸과 귀를 울려 몸을 들썩대게 한다. 그러나 여리게 연주되는 발라드는 주변을 고요하게 하고 집중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다. '소확행' 도 바로 이러한 맥락으로 느껴야 한다. 작은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우리는 내면을 고요하게 해야 한다.






행복은 귀를 막고 있어도 몸을 울리는 Rock 음악보다는, 고요히 집중해야 들리는 차분한 현악 선율과 같다.


내면을 고요하게 한다는게 도대체 무엇인가? 수 많은 책과 글에 이 문장이 나오지만 막연하기만 할 뿐 현실감이 없다. 직설적으로 말해서, 내면을 고요하게 하려면 스트레스가 적어야 한다. 스트레스가 적으려면, 하기 싫은 일을 줄이고 하고 싶은 일을 많이 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 우리는 이 당연한 것들을 지키고 있지 못하다. 성취감을 행복으로 혼동하는 사람들이 그 성취를 위해 얼마나 많은 '하기 싫음' 에 대해 '노' 라고 하지 못했는지 생각해보자.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성인들은 인식이 생기는 시기부터 끊임없이 경쟁을 강요받고 그 성취로 평가받는다. 유청년기에는 이 경쟁의 사슬에서 벗어나 숨을 쉬는 것 조차 쉽지 않다. 문제는 이 사슬이 풀린 뒤에도 우리는 여전히 스스로를 사슬안에 메어 둔다는 점이다. 마치 3제곱미터의 우리에서 평생을 살던 사자들이, 정글에 풀린 뒤에도 3제곱미터의 원을 맴돌며 사는 것처럼.



인간은 원래 무슨 일을 할 때 행복하고 기쁜지 명확히 알기 어렵다. 그러므로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기 위한 '촉'을 단련해야 한다. 마치 운동을 통해 근육을 기르는 것처럼,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조언은 수많은 미디어에 나오지만 실제 달성이 어려운 목표이다. 인간은 원래 자신이 무슨 일을 할 때 행복하고 기쁜지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잔잔한 행복들은 긴 시간이 지난 뒤 회상 속에서 명확해진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지금 누리고 싶은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기 위한 '촉'을 단련해야 한다. 마치 운동을 통해 근육을 기르는 것처럼, 마음의 근육을 단련해야 하는 것이다.


누구나 하루 중 가장 고요하고 평화로운 때가 있다. 가족들이 모두 들고 홀로 깨어 있는 새벽일 수도 있고, 눈이 빨리 뜨여진 이른 아침 도시의 거리를 바라볼 때일 수도 있다. 이 때 편안하게 자신을 감싸는 느낌에 집중하라. 누군가와 함께 하며 큰 의지가 되고, 나 또한 그의 의지가 되었을 때를 기억하라. 해질 녘 놀이터에서 홀린 듯 놀고 있는 어린아이처럼 열정을 가졌을 때를 기억하라. 빅터 프랭클은 그의 저서 '무의식의 신' 에서 '양심은 삶의 의미를 맡아낼 수 있는 (sniffing)' 것이라고 하였다. 가장 정직하고 양심에 충실하여 마음이 뿌듯했던 순간을 기억하라. 이러한 기억과 느낌들은 집중함으로써 행복의 닻 (anchor)이 되어 마음을 성장할 수 있게 한다.


유전적으로 행복을 잘 느끼지 못하는 나의 동료들이여. 다시한 번 힘을 내보자. 당신에게 필요한 행복은 Rock music이 아니라 여린 발라드이다. 사랑과 열정을 느꼈던 마음을 고요속에 떠올려 힘을 내자. 이를 닻으로 삼아 용기를 내고, 그 용기로 이미 없어진 우리와 사슬을 끊어내자. 어느 새 우리도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라는 질문이 불필요한 쪽으로 가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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