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였을까?
억새 우거진 숲길 걸어가던 사내
산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던
쓸쓸한 뒷모습의 사내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
제주의 바람은 검은 향기가 난다.
검은 것들끼리 모여 있는 곶자왈
물도 없는 땅에 돌을 쌓고
씨를 뿌리던 옛사람
4·3사건으로 잃어버린 가족들 그리워
거문오름에 올라 목 놓아 울부짖던 사내
아프게 검은 땅을 뚫고 솟아 나와
유혹하는 붉은 독초 천남성의 울음까지 보듬으며
땅속으로 깊이깊이 흐르는
용암의 흔적들
삼나무로 가득한 거문오름 숲길을 걸으며
그때 쓸쓸히 걸어갔을 제주의 한 사내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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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3. 제주도의 거문오름을 오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