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밖에선 긴 겨울의 기다림이
흰 눈 되어 내리는 저녁
쇠죽을 끓이는 아궁이 앞에서
후끈한 시래깃국 냄새 나는 시를 쓰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 얘야! 시인이 되면 가난하다더라.
시는 뭐 하려고 쓰느냐.
근심 어린 눈빛으로 말했었다.
아궁이 속 타오르던 장작불도 꺼지고
이젠 어머니도 이 세상에 없다.
흰 눈 내려 가득 세상을 덮어도
어머니와 함께 보던 그 저녁
토방 위에 내리던 싸락눈만 못하다.
꺼져 가는 불씨 불어 가며 매운 연기 눈물 나던
그런 저녁이 아니다.
안방에선 동치미에 뜨끈한 숭늉
문밖에 소리 없이 싸락눈이 내리는
그런 시절은 다시없다.
다시 돌아갈 수 없다
이제는 혼자서 가야 할 길
내가 할 수 있는 건
끝날까지 시를 쓰는 일과
바람 한 줌씩 움켜잡는 일
그 저녁 가슴에 고이 묻어 두는 일
먼 훗날 내 아이에게 지울 수 없는
추억 만들어 주는 일